섹션

왜 팬택에게만 냉정하셨나요?... 누구의 배도 불리지 못한 자멸, 단통법

아련히 멀어지는 그 이름.... 팬택
아련히 멀어지는 그 이름.... 팬택

? 음.... 이 경제 정책은 마치 공산주의? 아니 자본주의? 아님 둘 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하 단통법)에 대한 여론은 아직도 좋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날 거란 입안자들의 말과 달리 부작용만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통법은 본래 단말기 구입 시 개통 보조금을 법제화해 내역을 투명히 한다는 취지에서 입안한 법률이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가 제시한 보조금은 기대에 한참 못미쳤고, 오히려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만 크게 늘어나는 결과를 불렀다.

정부는 단통법에 의해 이통사 수입이 늘어나면 그만큼  보조금도 늘릴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상적인' 믿음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동아일보에선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어울릴 법한 사고"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칼 마르크스가 구상한  공산 국가는 누구나 동일한 강도의 대가를 지불하고 동일한 보상을 받아 행복해지는 사회였다. 그러나 실제 공산 국가는 개개인의 욕망과 계도하려는 국가 권력 다툼 끝에 자멸했다. 계도는 '선(善)'을 실현하지 못했고, 욕망도 수익을 창출하지 못 했다.

 

? 유독 팬택에게 불리했던 단통법,, 그리고 이통사의 횡포

단통법은 팬택 몰락 원인이기도 했다. 삼성 ? LG가 프리미엄 모델에 주력했던 것과 달리, 팬택은 스마트폰 시장 중저가 라인을 형성하고 있어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게 중요했다. 그래서 상당한 제조사 보조금을 제공해 소비자 가격을 낮춰왔다. 단통법에 의해 제조사 보조금이 불법으로 규정되자 삼성 ? LG와 경쟁하는건 매우 힘들어졌다.

정부는 공산주의스러운 정책을 내세운 것과 달리,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팬택에 "경쟁할 역량이 없으면 능력을 키워라."라는 냉혹한 자본주의적 잣대를 들이댔다. 하지만 맨몸이 된 팬택은 삼성과 LG와 싸워 이길 힘이 없었다.

이통사의 횡포도 팬택을 힘들게 했다. 2014년 LG유플러스를 비롯한 이통3사는 사전 통보 없이 '베가 시크릿 업' 출시 출고가를 37% 이상 낮췄다. 이통사는 실제로 단말기를 판매하는 위치에 있어 제조사보다 우위에 있다. 기업 규모가 작은 팬택은 이통사의 횡포에 대응하지 못했고, 신제품을 제값 받고 팔지 못해 손해를 봤다. 이통사의 마케팅인 공짜폰과 기기변경 정책도 고스란히 팬택의 부담이 되었다.

비효율적인 공산주의적 법률 안에서 자본주의의 폐단까지 발생하니, 국내 점유율 15%를 달성했던 팬택도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해 파산의 길에 들어섰다. 하필 워크아웃에서 벗어나 겨우 회생 조짐이 보이던 시기였기에 더욱 안타깝다.

 

단통법 입안자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

? 수요 공급 그래프는 배웠니?.... 누구의 배도 불리지 못한 단통법

하지만 정치인들과 기업들도 제 욕심만큼 돈을 벌진 못했다. 시장논리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가 등을 돌린게 원인이다.

단통법과 이통사 횡포에 분노하던 소비자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온라인 쇼핑을 통해 아이폰, HTC, 화웨이, 샤오미 등 외국 스마트폰 공기계를  구매했으며, 국산 제품도 수출용을 역수입했다.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값이 30% 이상 저렴하고 복잡한 할부 요금에 시달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의 내수시장 점유율엔 타격이 갔고, 이동통신사도 수익이 개통비와 정규 요금제로 줄어 손해를 봤다. 단통법 이후 이동통신 3사의 평균 매출은 일제히 감소했다.  SKT는 전체 매출의 1.0%,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2.5%, 1.2%가 줄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단통법 시행 일주일 만에 스마트폰 내수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하루 평균 6만 4천 대에 이르던 판매량은 2만 5천 대로 급감했다.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니 출고가 인하 압박에 시달려 한동안 진통을 겪었다. 삼성이 견인하던 무선통신 산업이 휘청거린 것도 당연하다.

이 법안을 의결했던 국회의원들은 맹렬한 비판을 받았다. 대부분이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탓에 새누리당 지지율도 하락했다. 단통법을 추진하고 옹호했던 모두가 자승자박에 빠진 셈이다.

팬택은 중소기업이지만 임직원 1,100명을 포함해 500여 개 협력업체 직원까지 총 7만여 명의 생계유지를 책임지는 중견기업이다. 팬택이 사라지면 대규모 연쇄 실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단통법은 누구의 배도 불리지 못한 악법 중의 악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