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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에서 격렬한 공방, "낡은 노동시장 개혁해야" vs "한국 노동권 갈수록 악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04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연설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줄어드는 상생의 노동시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ILO 총회에 참가한 한국 노사정 대표들. 왼쪽부터 박병원 경총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만 한국노총위원장,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04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연설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줄어드는 상생의 노동시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ILO 총회에 참가한 한국 노사정 대표들. 왼쪽부터 박병원 경총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만 한국노총위원장,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낡은 노동시장 개혁해야" vs "한국 노동권 갈수록 악화"

'노조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추진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정부와 노동계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노동시장 개혁 등을 두고 치열한 장외 공방전을 벌였다.

11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1일부터 국제노동기구(ILO) 104차 총회가 열려 13일까지 이어진다. ILO 총회는 185개 회원국 노사정 대표가 참석하는 세계 최대의 노동 분야 국제행사다.

정부와 노동계로서는 자신들의 주장을 국제사회에 알릴 호기를 만난 셈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전교조 법외노조화, 임금피크제 추진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해 온 양측은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태세다.

포문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열었다.

이 장관은 총회 연설에서 "한국 특유의 호봉 중심 임금체계와 비효율적인 노동시장 규제 등 낡은 노동시장 구조가 청년 취업난, 좋은 일자리 부족, 노동시장 격차 심화 등 문제를 가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 노동시장을 개혁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일터,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격차가 줄어드는 노동시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저항하는 노동계가 '낡은 노동시장 구조'에 집착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동시장 개혁만이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병원 경영자총연합회 회장도 지원사격을 벌였다.

박 회장은 총회 연설에서 "노조가 이미 고용된 조합원이나 정규직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나 구직자들은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며 "이것은 ILO가 설립 초기부터 추구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질세라 '맞짱 연설'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한국 정부와 사용자는 노동조합을 진정한 파트너가 아닌 노동통제와 탄압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정규직 과보호론'이라는 그릇된 이념을 유포하면서 노동시장 유연화와 해고요건 완화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연설에만 그치지 않고 한국 정부를 ILO에 제소한다.

정부는 구조조정, 전환배치 등에 대한 노조 동의 규정이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보고 '노사협약 시정지도'를 지난달부터 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를 '부당한 노사관계 개입'으로 보고 ILO 제소라는 강수를 뒀다.

노동계는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도 노조의 정치활동 자유를 보장한 ILO 규약에 어긋난다고 보고, 이 문제 역시 제기하기로 했다.

민 주노총 관계자는 "정치적 의사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가 해고되고, 다시 그 해고를 이유로 노조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ILO 회원국들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ILO 총회에서 이 문제가 공식 논의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대표단은 이에 맞서 관련 위원회에 적극 참석, 한국 정부의 입장을 ILO 회원국들에 널리 알릴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각 위원회에서는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에 동등한 발언 기회를 준다"며 "이 기회를 활용,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이 필요한 한국의 상황과 그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