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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不通)이 낳은 고통(苦痛), 메르스확산과 마그나카르타

불통이 낳은 고통, 메르스확산과 마그나카르타

1215년 6월 15일 영국국왕 존(John)은 마르나카르타(Magna Carta, Magna Carta Libertatum, the Great Charter of Freedoms, 대헌장(大憲章)에 도장을 찍는다. 봉건적인 왕의 권리를 제한하고 개인의 자유를 높이는 마그나카르타는 역사의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200년대는 아직 왕권과 교황권이 강한 시대였다. 더구나 영국은 왕이라고 해도 본인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불문률이 이미 있어서 굳이 그런 문서가 필요하지 않은 국가였다. 이후 교황과 영국의 후대왕인 헨리 3세에 의해 마그나카르타가 무력화된 것을 보면 마그나카르타에 굴욕적인 도장을 찍은 원인은 때가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존왕이 실정을 했기때문이다. 신하의 말은 듣지 않았고, 사자왕인 형에 대한 자격지심이 컸고, 전쟁은 연전연패해 프랑스 지역의 땅을 잃고 국고도 탕진해 인심을 잃은 상태에서 세금을 거두기 위해 신하들의 요구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후대에 민주주의의 큰 진보로 해석되었지만, 당대에는 신하나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는 가운데 정치도 전쟁도 잘하지 못해, 국가에 손해를 끼치고 왕이 지도력을 잃어버린 굴욕 사건이었을 뿐이다.

800년 후 대한민국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메르스가 위협하고 있다. 1명의 환자가 150명까지 늘어났고 5천여명이 격리되어 있다. 한명의 환자가 발생했을때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기보다 병원 매출등을 신경쓴 어리석음 때문이다. 환자가 발생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원인이 된 삼성 서울병원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특혜를 주었다는 사실은 전염병에 대한 판단력이나 통제능력을 정부가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게한다. 돈과 생명중 무엇이 소중한지 모르는 정부는 발병 초기 병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미국, 영국등 모든 나라가 신속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질병을 막아낸 것을 보면서 병원 매출하락을 걱정하고 혼란을 일으킨다며 정보를 제한한 불통 정부가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비교가 된다. 대한민국이 사스(SARS coronavirus, SARS-CoV,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가 발병했을때 잘 막아내 김치덕분이라는 이야기까지 돌았는데, 이제와서 보니 당시 정부가 잘 막아낸 덕분이었다. 사자왕 리처드를 존왕이 질투해 실정했듯, 사스를 잘 막아낸 전 정권과 비교되는 현실을 현정권은 직시해야 한다.

생명과 경제는 비교대상이 아니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가능한 모든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병원 매출까지 걱정하고 입만 열면 경제가 중요하다고 권력자와 정부가 부르짖고 있지만,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밝힌 한국 경제의 문제점 1위는 정책의 무원칙(Policy instablility)이고, 2위는 비효율적인 정부 관료조직이다.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 1, 2위가 모두 정부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노무현 정권때 11위까지 올랐던 대한민국 경쟁력은 현재 26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사법과 정부 행정조직을 포함하는 기구(institutions) 순위는 82위이고 정책결정투명성 순위는 무려 133위로 추락한 것이 원인이다. 한국정부의 불통이 한국의 문제점이라는 것은 더이상 인터넷 여론이 아닌 세계적인 공인 사항이다.

정부의 불통이 효율성을 낮추는데서 나아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병원매출이 걱정되어서 명단공개를 꺼린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을테니, 끙끙알며 불통 정책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뚫려도 삼성은 뚫리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신감이 없고 보건당국은 못 잡아낸 환자를 확진한 삼성병원이 더 낫겠다는 생각에 눈치보며 자율성을 부여하고 예외로 둔다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여전히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부의 경쟁력이 떨어져서 경제의 발목을 잡는 문제는 더 열심히 노력하고 일하는 것으로 이겨낼 수도 있다. 하지만, 몸이 아프고 병이 창궐하는 경우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정부는 이제는 병원 명단을 공개하고 메르스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으니 제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하지만, 그것은 발병초기에 해야 하는 활동이고 이미 상황은 격리된 접촉자수 기준으로 봐도 5천배로 위협이 증가한 상황이다. 메르스감염자가 일반인과 접촉하면서 돌아다니는 이유는 경제활동이 큰 이유다. 의료전문가인 삼성 서울병원 의사들도 아파서 눕기 전까지는 계속 일상활동을 유지했다. 정부는 메르스 감염자나 의심자에 대한 모든 경제적 지원과 보상을 통해 접촉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접촉자가 발생한 사업장에 모든 보상을 해주고 활동을 중단시켜야 한다. 이미 피해가 확인되는 여행 관광업등에는 소규모 사업장에 한해 무조건적인 자금 지원과 정부 보증 융자를 실시해야한다. 병원이나 의료계의 이익과 상관없이 전염병 확산 차단을 위한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메르스 대응 기구를 수립해야 한다.

환자가 1명일때 못 막아낸 방법으로 150명인 상황을 막아낼 수 없다. 아직까지 돈이 먼저인지 생명이 먼저인지 알 지 못한채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면 세월호 속에서 소중한 생명들이 수장되는 것을 눈뜨고 쳐다 본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면 정권의 생명에 종지부를 찍는 도장을 요구할 수 있다는 교훈을 800년전 역사를 통해 절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