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 새정치민주연합의 계산대로 됐다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왼쪽)가 19일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왼쪽)가 19일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황교안이 국무총리가 되는 건 확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찬성 156, 반대 120, 무효 2... 이번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 표결 결과다. 이 표결에 참여한 여당 의원이 딱 156명이니, 사실상 여당은 전원 찬성, 야당은 전원 반대한 거나 다름없다. 의석 수 차이가 크니 찬성 표가 많이 나온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왜 야당은 고집을 꺾고 표결에 참여한 걸까?

새정치민주연합의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 반대 의지는 굳건해 보였다. 당 지도부는 황 후보자에 대해 "역대 최악의 총리 후보자.", "비리의 온상."이란 원색적 표현으로 일관했고, 병역비리와 부당 수임금 의혹 등 논란거리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덕분에 신임 국무총리는 날선 여론이 노려보는 가운데 국정을 시작하게 됐다. 이완구 전 총리 당선 때처럼 '반쪽 총리'에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 리더십 부족, 계파갈등 해소 위해 외부의 적 초빙.... 황교안이 적격 

새민련의 약점은 지도부의 리더십이 약하다는 점, 그리고 단결력이 떨어진다는 점에 있다. 새민련은 지난 4월 재보선에서 성완종 리스트 논란으로 여당이 약세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4개 선거구에서 전패했다. 승리를 낙관하던 당 분위기는 급속히 얼어붙었고, 당 지도부는 큰 타격을 받았다. 문재인 당 대표는 당 내외를 막론하며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쇄신을 요구받았지만 수많은 계파로 갈라진 당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쉽지 않았다.

새민련은 내부 단결을 위한 외부의 적이 필요했다. 황교안 후보는 그런 면에서 좋은 적이었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데다 물고 늘어질 점도 많았기에 공세를 퍼부어도 역풍 맞을 우려가 적었다.

문재인 대표는 황 후보를 "박근혜 정부 총리 후보 6명 가운데 가장 흠결이 많다."라고 비난했으며.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최악 총리를 탄생시키는 조연으로 전락하지 말라."라며 표결에 대한 책임을 씌웠다. 이에 새민련 소속 의원들은 유례없는 단합을 보였고, 아슬아슬한 순간에 표결에 참여해 '국정 발목 잡는 야당.'이미지에서도 탈피할 수 있었다.  

당내에서 반대 이탈표가 없었던 점은 당내 결속을 과시한 거란 분석도 나왔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황 후보자 총리 임명은 포기하고, 대신 리더십 콤플렉스 해소를 선택했다는 거다. 지금도 새민련은 "새 총리는 국민에 해명∙사과할 것 하고 시작해야 한다.", "공안 총리가 메르스 대신 박원순 잡을까 우려된다."라고 발언하며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 정당간 주도권 다툼, 국민에겐 아무 도움 안 됨을 명심해야

새민련은 이완구 전 총리 임명 과정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 적 있다. 덕분에 이 전 총리는 병역비리, 부동산 투기, 언론 통제 논란 등에 시달리며 '반쪽 총리'라는 오명으로 국정을 시작했고, 고작 두 달만에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현 정권에 심각한 타격을 남기며 실각했다. 새민련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에 있어 정당 간 주도권 다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총리 공백을 줄여 메르스 사태에 적시 대응하는 게 위기 극복에 더 적절한 선택이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