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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VS 신동빈, 누가 원조 마이너스의 손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위),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 (아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위),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 (아래)

삼국지를 읽다 보면 인간 수명의 유한함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영웅 한 명이 일생을 바쳐 세운 나라가 자식대에 너무나 허망하게 멸망하기 때문이다.

유비의 촉나라를 이어받은 유선은 제갈량이란 능력 있는 재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능력의 부재와 간신 등용으로 나라를 망쳤고, 오나라 부흥의 주인공의 손권 역시 왕위를 둘러싼 아들 간 후계자 다툼으로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 위나라는 조조 이후에도 자손들이 한동안 나라를 잘 이끌었지만, 고작 4대 만에 가신 가문이던 사마씨의 반란으로 나라를 빼앗기고 만다. 유비-조조-손권 시대의 긴장감 있던 스토리도, 영웅 사후 허망한 결말에 전설 같은 이야기로만 남게 되었다.

근대 이후 세계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직면하며, 기업가가 왕이나 정치인 대신 영웅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이병철과 정주영, 박태준,  등 카리스마적 경영인이 등장했고 대한민국의 산업혁명을 이끌며 삼성과 현대, 포스코 등 굴지의 대기업을 유산으로 남겼다. 그리고 옛 제왕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 족벌 경영 체제를 갖춘 재벌 그룹이 등장한 거다. 이 가문 혈족들은 아직도 재벌 2세, 3세 등으로 불리며 기업을 이끌고 있다.

☐ 영웅의 자손, 경영 성적표 50점도 안돼

유선, 조비, 손량이 선대와 달리 영웅 취급을 못 받는 것처럼, 재벌 총수도 2대부턴 초인적 이미지와 멀어졌다. 일제시대부터 이승만 전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정권을 배후에 뒀던 이병철, 폐선으로 바다를 막아 조선소 부지를 확보하고 중동 건설 붐을 일으킨 정주영, 모두가 비웃던 한국 철강 사업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박태준, 몇 번이나 사업을 실패해 빈털터리 신세가 되었음에도 재기했던 신격호 등과 비교하면, 이건희나 정몽구, 신동빈 등과 관련된 이슈는 매우 조용한 편이다.

문제는 3대, 4대로 넘어간 젊은 재벌 총수 후보들의 경영능력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국내 재벌 총수 일가 3,4 세를 대상으로 한 경영능력 평가에서 100점 만점 중 50점 이상 획득한 경영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평가 항목은 조직 장악력, 매충영업이익 기여도, 경영권 승계 이후 회사 발전 가능성 등이었는데, 항목당 평가 역시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 그나마 점수가 높은 건 롯데 그룹 신동빈 회장 (45.97점)이었고, 삼성 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35.75)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 '원조 마이너스의 손' 이재용 삼성 전자 부회장

이 두 사람의 성적은 차기 총수 입성이 목전에 있어 더 눈길이 간다.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은 건강 문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과 다름없는 상태고, 신격호 롯데 그룹 회장 역시 올해 93세로 언제 신동빈 회장에게 경영권을 이양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는 연구소로부터 받은 성적표 만큼이나 논란이 많다.

이재용 부회장이 차기 그룹 후계자로 지목된 건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는 일본과 미국에서 경영 관련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GE(제네럴 일렉트로닉스)의 경영자 양성과정 연수를 수료하고, 국내외 산업 현장을 둘러보는 경영수업을 받는 등 오랜 준비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그가 처음으로 야전 지휘권을 잡은 e-삼성 프로젝트는 처참히 실패했다.

2000년 삼성전자가 발표한 결합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사업으로 인한 경상손실은 259억 원에 달했고, 총괄 업체인 e삼성인터내셔널은 매출은 전혀 없이 77억 3,400만 원의 경상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e-삼성이 투자한 벤처기업의 경상손실을 모두 합하면 127억 원을 훌쩍 넘는다. 총 손실액이 199억 5,700만 원이라 하니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성과는 경상손실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후 지금까지 이 부회장이 경영에 나서는 일은 없었다.

 

☐ 떠오르는 별,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

형제인 신동주 씨를 밀어내고 총수 후계자에 오른 신동빈 롯데 회장 역시 최악 일로를 걷는 롯데의 상황을 타계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 쇼핑의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간에 비해 21%나 급감했고, 주가 역시 9개월 사이 32%나 주저앉았다. 신 회장이 등기이사로 등록된 롯데제과도 작년에 29억 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케미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3개 사는 등기이사인 신 회장에게 지난해 각각 15억 5,000만 원, 11억 7,500만 원, 16억 2,5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홈쇼핑의 TV 채널 운영 재승인 탈락을 막기 위해 '경영투명성 위원회'까지 주도했다. 하지만 재승인 유효기간 감축이라는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롯데홈쇼핑의 평점(672점)은 현대(747점), NS(719점)와 비교하면 크게 낮았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 항목에서는 102.78로 과락을 겨우 면했다.

납품 비리와 갑질 문제도 불거졌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의 경우 신헌 전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직원 24명의 납품 비리가 적발돼 홍역을 치렀다. 신 전 대표는 납품업체로부터 홈쇼핑 판매와 백화점 편의 제공 등을 명목으로 금품을 받고, 부하직원들과 짜고 인테리어 공사비를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리다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가장 큰 애물단지는 '제 2 롯데월드'다. 이 건축물은 끊임없는 사고로 국민에 불안감을 준 탓에 극심한 영업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20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부실공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국민들에게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마천루는 방문하기 달가운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 2롯데월드 운영사인 롯데물산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1일 평균 방문객은 72,000명으로 집계됐다. 주중과 주말로 나눠보면 각각 63,000천명, 92,000천명이 제2롯데월드를 찾았다.이 는 재개장(5월 12일)을 앞둔 지난 4월 주중(5만8천명)·주말(9만명) 방문객과 비교해 불과 8.6%, 2.2% 늘어난 규모다. 재개장 이후 다소 활기를 띠는 듯했으나 결국 방문객 수가 다시 재개장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거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영웅의 후손이어도 경영자 자질 없으면 총수 되지 말아야.

여기에 한화 그룹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 LG그룹 구본호의 건물주 갑질 논란 등 재벌 3~4세의 추태가 사회 문제로 불거지며 경영자로서 이들의 자질에 비난의 칼을 들이대는 여론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이들에 대한 비판은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땅콩 회항 이후 국민의 자발적 대한항공 불매운동으로 한진 그룹 계열사 주가 하락을 예로 들 수 있다.

대한민국은 기형적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유지해왔고, 대기업의 성장 덕에 국민 삶이 윤택해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재벌 기업 중심으로 정착한 산업 구조는 수많은 사회문제를 낳았고, 경영인의 자질 문제 언제나 그 범주에 들어간다. 유교적 가족중심 가치관을 가진 한국인 경영자에게 족벌 경영은 당연한 선택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이 국가 경제를 이끌는 중요한 열할을 한다는 점, 고용인과 노동자∙사용자∙고객 등 수많은 사람의 생계가 기업에 달려있다는 점, 무한 경쟁 시대를 맞아 앞으로 기업이 살아남긴 더욱 힘들어질거란 점, 그래서 차기 경영인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부디 자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