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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인데 삼계탕 대신 상하이버거 먹는 사람들

복날, 삼계탕은 다들 잘 드셨습니까?

복날 가장 잘 나가는 식재료는 역시 '닭고기'다. 지난해 BC카드가 가맹점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복날이 낀 주엔 평소 대비 닭 메뉴 매출이 40%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계탕, 옻닭, 백숙, 닭도리탕, 심지어 후라이드 치킨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매출이 늘어났으나, 그중 돋보이는 건 삼계탕이었다. 삼계탕 판매 증가량은 전주 대비 107.7%에 달했다.

영양성분을 봐도 삼계탕은 원기회복에 적합한 음식이다. 1회 식사로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 양이 성인 하루 권장량의 111%나 될 정도로 고단백 식품이며, 인삼과 대추, 마늘 등 한약재와 갖은 양념이 포함돼 비타민과 철분도 풍부하다. 삼계탕집이 복날이 되면 꿀이라도 발라놓은 듯 손님으로 붐빈 것도 당연할 듯 싶다.

그런데 흔히 건강식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패스트푸드 업체도 복날을 '대목'으로 여기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 버거킹은 지난 13일부터 15일 까지 초복 행사로 너갯킹 10조각을 정가 5,000원에서 1,500원으로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했고, KFC는 '치킨복버켓'이란 이벤트 메뉴를 준비해 판매하고 있다. 국내업체 파파이스도 22일부터 이틀간 '중복아 반가워'란 치킨 메뉴 할인행사를 한다.

식품 전문 언론 '식품음료신문'에 의하면 2000년대 초반 이후 복날 패스트푸드점 매출은 평소대비 30~40% 늘어난다고 한다. 매출 향상을 이끄는 건 치킨버거류의 닭고기가 포함된 제품이다.

그렇다면 패스트푸드 메뉴는 보양에 효과가 있을까? 맥도널드 대표 닭고기 메뉴인 '상하이 스파이스 치킨버거' 영양성분은 다음과 같다.

-- 영양분 / (1일 권장량 충족비율) --
칼로리 : 441 칼로리 / (22.05%)
지방량 : 21g / (23%)
나트륨 : 909mg / (38%)
탄수화물 : 46.8g / (16%)
단백질 : 23g / (46%)
비타민, 칼슘, 철분은 검출 자료 없음.

한 끼 식사로서 충분한 열량을 제공하지만 단백질 제공량은 보양식으로 여기기엔 충분하지 않으며, 비타민과 칼슘, 철분 등 영양소 역시 유의미한 수준으로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패스트푸드 고객 A씨는 왜 복날에 삼계탕이 아닌 패스트푸드 선택했냐는 질문에 "보양식을 챙겨먹을 여건이 안돼 닭고기로 기분이라도 내려고 했다."라고 답했다. 여건이 안 되는 이유를 재차 묻자. "복날에 삼계탕집이 너무 붐비기도 하고, 가격이 비싸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외식 전문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이닝 코드' 확인 결과 서울 시내 삼계탕 가격은 1만 3천 원 ~ 2만 1천 원 선이었다. 직장인 평균 점심값인 6,500원의 두배 이상되는 가격이다. 한국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자료를 수집한 결과 2008년 평균 1만993원 에 불과하던 삼계탕 가격은 2013년까지 19%나 상승했다. 닭, 수삼, 찹쌀, 인건비, 가게 임대료 등 인건비가 1107원 오른 것에 비하면 인상폭이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학생은 물론 직장인에까지 부담스러운 가격이 된 거다.

옛말에 '복날에 비가 오면 청산(靑山) 보은(報恩)의 큰 애기가 운다.'란 말이 있다. 복날에 비가 오면 대추가 흉년이 든다는 뜻인데, 요즘 날씨야 가물어서 비 소식이 드믈지만 돈이 부족해 삼계탕 대신 햄버거를 보양식으로 생각하며 먹는 사람들은 속으로 홍수와 다름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