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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가문의 추태, 까더라도 제대로 알고 비판하자

롯데 그룹 신격호 총괄회장
롯데 그룹 신격호 총괄회장

재벌은 그동안 '한국형 기업 집합체'로 자리 잡아왔다.

그동안 재벌은 국민경제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단 점에서 수차례 주목과 비판이 받았고, 정책 차원에서 재벌 규제 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번 롯데 사태 역시 '전근대적 기업 구조', '황제 경영의 폐단'이란 비판과 함께 반 (反)기업 정서가 팽배하는 원인으로 비화되고 있다.

한편 여론은 대부분 "한국말 한 마디도 못하더라.", "롯데 물건을 사봤자 일본만 배불리는 짓이었다."라는 감정적 영역에 한정돼 있다. 좋으나 싫으나 롯데란 기업은 국내 재계 서열 5위를 차지하는 거대 기업집단이고, 국가 경제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생산적인 비판이 되기 위해선 감정적 부문을 제외한, 롯데의 경영행위가 우리 경제에 해가 된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거다.

이번 기사에선 롯데를 비롯한 재벌 경영의 '불합리적'면을 파해쳐 보겠다.

1. '황제 경영'의 비효율

일반적으로 재벌 기업은 지배주주(사주)의 직접적 지분이 낮음에도 배타적으로 기업을 경영∙통제할 수 있다. 이러한 경영 형태는 타인자본을 동원한 수많은 비관련 사업 진출을 가능케 하며, 동시에 높은 대리 비용을 유발한다. 조직 범위는 사주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지만, 패권적 경영을 지속하는 탓에 기업 내 부실요인이 누적되는 비효율을 초래하는 거다.  

재벌은 다양한 업종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롯데만 해도 유통에서부터 건설, 엔터테인먼트, 레저, 정보 통신에 이르기까지 연관성이 거의 없는 독립 법인의 집합체다. 그룹 총수 대부분은 지배주주로서 직접 통치를 하거나, 흔히 '비서실'이라 불리는 그룹 조정 본부를 통해 우회적으로 그룹을 이끈다.

각 재벌이 보유한 계열사 수는 1997년 기준 평균 27.3 개였으며 업종은 19개 이상이었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대규모 계열사만 해도 6개에 달했다. 지배주주는 그룹 전체 자본금 중 10%에도  못 미치는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나, 계열사 간 종적∙횡적 출자 관계 덕에 내부 지분 40% 이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계열사가 수익창출을 위한 것이 아닌 경영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거다.

1997년 IMF 시기 중견 재벌 기업의 연쇄도산은 재벌 경영의 부실함이 쌓이다 못해 터져 나온 사례였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재벌 체제의 비효율성 탈피를 위해 강도 높은 개혁을 하도록 압박했으나, 정책적 개입이 시장 기능을 해친다는 비판에 부딪혀 완전한 체질 개선을 이루지 못 했다. 재벌 경영으로 인한 경제 위기는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위험이 있는 거다.

2. 소유와 통제 : 레버리지 소유지배 구조

앞서 말했듯 기업집단 대부분은 사주와 그 가족의 잔여청구권 권리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피라미드형 주식 보유를 통해 그룹 자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한다. 대주주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중핵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중핵 기업은 다른 계열사의 지배주주가 되는 구조인데,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적은 자본으로 여러 회사의 자본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엔 마법 같은 꼼수가 한 가지 있다. 대주주가 지주회사 기업 A의 지분 a를 소유하고, 기업 A가 다시 계열사 B1, B2 2개 회사의 지분 a를 소유할 경우, 그리고 계열사 B1과 B2가 또 다른 계열사 C1, C2, C3, C4의 지분을 소유할 경우, 그리고 이 피라미드 구조는 승수효과(한 경제 요인의 변화가 다른 경제 요인의 변화를 유발하는 파급효과)를 유발하게 된다. 대주주가 자기가 투자한 금액 이상으로 계열사 자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있게 되는 거다.

30대 재벌의 소유구조를 보면 사주와 가족의 보유 지분은 1983년만 해도 평균 17.2%에 달했으나, 1993년엔 10.3%로, 2000년엔 5% 미만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지분율의 대폭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배주주의 권위와 영향력은 이전과 다름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 경우 기업 경영에 대한 의결권은 사주와 그 가족에게 집중된다. 명목상 대주주가 존재하지만 이들이 기업 경영에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매우 한정적이다. 이는 유가 증권시장이 경영권 참여가 아닌 투기 대상으로 몰락한 주요 배경이기도 하며, 기업 오너에 의한 패권적 경영과, 삼성, 현대 가의 '왕자의 난', LG 구씨 집안의 경영권 다툼 등 족벌 내 지분 다툼을 유발하게 한 원인이기도 하다.

 

3. 일반투자자와의 갈등, 그리고 경영 악화

기업집단의 경영 성과 문제는 지배주주와 계열사별로 상이한 일반 투자자 사이 이해 상충에서 비롯된다. 한국경제 연구소에선 그룹 전체 자산 가치를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투자액으로 나눈 값으로 나눈 MSY 지수를 활용해 이를 실증한 바 있다.

30대 재벌기업의 MSY지수는 1989년 46.3에서 1999년 183.3으로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앞서 말한 지배주주 보유지분 감소와 재벌 규모 확대에 의한 거다. MSY 지수는 피라미드 지배승스와 그룹 경영성과가 서로 반비례하다고 본다.

피라미드 승수가 클수록 지배주주가 자신의(흑은 가족의)이익 실현을 위해 그룹 자산을 편취하거나 전용하려는 유인이 높아지게 된다. 물론 이는 경영 성과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되며 일반 투자자의 이익도 배제되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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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집단이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성공을 내세워 변칙적 지배 구조를 고착화하고 비합리적 경영으로 조직을 병들게 만든 것 역시 사실이다. 롯데 가문 경영권 다툼도 겉보기엔 오너 자릴 둔 기업 내 주도권 다툼이지만, 속을 파보면 국가 경제에 위협을 가하는 재벌 집단의 뿌리 깊은 이기심을 직면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시장 질서는 존중되어 마땅하다. 하지만 변칙적 경영구조로 인해 직장을 잃고 얼어붙은 경기에 고통받은 건 무고한 국민이었다. 위기에 빠진 국가 경제를 되살리려 숨겨둔 금붙이를 모아 국가에 헌납한 것도 국민이었다. 문제의 원인이었던 재벌 기업과 총수들은 국민의 희생 덕에 회생했으나 양심적 책임을 진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