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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한국 정식 진출 안해도 내수 시장 침공할 수 있다... 전략적 전자상거래 사업, 비공식적 유통 라인 형성 등 다양한 가능성 고려해야

샤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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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한국 시장 진출은 어떤 형태로?

얼마 전 분당 정자동에 중국 IT제조 대기업 샤오미가 입점한다는 소식이 돌았던 적이 있다. 언론사 정식 보도가 아닌, 한 행인이 찍어 올린 SNS 게시물을 통해 퍼진 소문이라 상당히 급작스럽게 느껴졌다. 일부 언론사에선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국내 IT기업이 위기에 처했다."라는 성급한 보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분당에 들어서는 건 샤오미 공식 대리점이 아닌, 새오미 제품을 유통하는 업체가 운영하는 매장임이 확인되었다.

샤오미 국내 진출 루머가 급작스럽게 다가온 건 샤오미가 '짝퉁'기업으로서 한계를 가져 국내 진출이 힘들 거란 전망이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안드로이드 기반 OS를 커스터마이즈해 자체 소프트웨어 미우이(Miui)를 개발했다. 맞춤형 OS덕에 '홍미'등 주력 모델은 기존 중저가 스마트폰에 비해 반응 속도가 빠르며, 기본 유틸리티 앱 완성도도 높아 소비자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

애플 아이폰이 전용 운영체제 IOS를 통해 브랜드 생태계를 형성하고 마니아 층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처럼, 미우이역시 샤오미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우이 유저는 지난해 이미 8,5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2013년 대비 10배나 증가한 수치였다. 자체 앱스토어 누적 다운로드 수까지 100억 건을 돌파하며 단순히 단말기를 사용하는 고객 수가 많은 게 아닌,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형성했음을 증명했다.

 

이슈가 되었던 분당 샤오미 유통 매장
이슈가 되었던 분당 샤오미 유통 매장

문제는 이 미우이가 애플과 삼성을 모방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샤오미의 카피캣 (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따라하는) 전략은 이미 수차례 해외 언론의 지탄을 받았는데, 제품 외관이나 내부 UI 형태나 업그레이드 방식 등을 하나하가 애플의 좋은 부분, 삼성의 좋은 부분을 그대로 따라했다는 점을 부정하기 힘들 정도다.

물론 샤오미 측은 모방 의혹을 인정하지 않는다. 조니 아이브 애플 수석 부사장이 "절도", "태만" 등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하며 모방 기업을 비난했지만, 샤오미 글로벌 사업부 부사장 '휴고 바라'는 "스마트폰 업계에서 완전히 독창적인 디자인이란 있을 수 없다. 애플 아이폰6도 대만 HTC 제품 디자인을 일부 차용하는 등 모방면에선 샤오미와 다를게 없다."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호기로운 장담에도 불구하고 샤오미의 글로벌 진출은 순조롭지 못하다. 원천 특허 부문 포트폴리오가 빈약해 해외 진출시 발목 잡힐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뒤늦게 국제 특허의 중요성을 깨닫고 2013년에 600건, 2014년 1,000여 건을 출원했지만 여전히 애플, 삼성 등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에 월등히 뒤쳐져 있다. 최근엔 인도 시장에 진출하다 에릭슨으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삼성과 애플이 수년간 '둥근 모서리'와 같은 세세한 부문에서 공방을 벌였던 점에서 알 수 있듯, 샤오미가 한국이나 일본, 미국에 정식 진출한다면 그야말로 '집중 포화'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중국계 기업 화웨이가 오래전부터 유럽 시장에서 자체 기술 확보에 많은 투자를 하고, 레노버가 모토롤라를 인수해 특허 논란을 피했던 것을 생각하면 샤오미의 약점은 더욱 부각된다. 현재 중국에서 '잘 나가고'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시장 특성상 특허 부문이 많이 무시된 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샤오미 측도 이를 모르는 게 아니라 공식적으로 한국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삼성과 LG 등 국내 IT업계가 긴장을 놓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샤오미가 해외 수출을 배제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오히려 2013년에 총 판매령의 1.0%에 불과하던 판매량을 24%까지 늘리는 등 해외 매출 규모를 늘렸다. 특히 인도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각종 현지 규제와 법규를 조사하기 위해 전문 변호사를 고용하고 특허 문제로 판매 금지된 일부 모델에 대해선 무단 유통을 근절하는 등 본격적으로 인도 IT시장을 공략하려는 모양세다.

한국에서도 비공식적 판로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가능성이 있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된 한국 유통라인을 활용해 본래 전략인 온라인 사업을 활용할 수도 있고, 분당 매장 사례처럼 비공식적 매장을 확대할 수도 있다. AS와 보증 등 문제는 국내 업체에 위탁하거나 한국어 상담 페이지를 개설해 빈약한 고객 서비스를 보완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만 하다. 샤오미가 국내에 정식으로 진출하지 않아도 국내업체는 샤오미의 침공에서 '내수시장 지키기'를 경험하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