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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조개혁 평가의 아쉬운 면... 교육부는 왜 학력지상주의와 학력불균형을 직시하지 않는가?

대학 진학률이 하락하기 시작한 건 5년 전인 2010년부터였다. 1991년 이후 19년 만이었다.

지금까지도 학력은 전 생애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감한 영역이다. 명문대 출신, 일반 대학 출신, 초대졸 출신, 고졸 등 계급화된 학력은 취업과 사회적 인정에서 부터 배우자 선택까지 광범휘한 영역에 힘을 발휘한다. 그동안 80%가 훌쩍 넘는 진학률이 유지되었던 것도 학력과 학벌에 대한 믿음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적어도 남들 다 가는 대학엔 가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여겼으니 말이다.

 2008년 83.8%던 대학 진학률은 2014년 70.8% 까지 하락했고, (일반대, 전문대, 산업대 진학 모두 포함) 고졸 취업자는 약 1,010만 명으로 늘었다. 급격한 변화는 아니지만 각각 하락세,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대학 진학률의 급속한 하락을 학력주의가 사라지는 조짐이라며 반길지도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감소하는 건 전문대학 진학자뿐이며 일반 대학 진학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와 같은 현상을 "'학력∙입시 위주'진학이 사라진 게 아니다, 오히려 공고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국 일반 대학 졸업자 취업률은 2012년 56.2%에서 2014년 54.8%로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겨우 절반 정도만 취업에 성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15~29세 청년층 중 니트족 (학업도, 노동도 하지 않는 무산 집단) 비중은 18.5%로 독일의 약 2배 수준이었다. 동 연령대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 인구는  2005년 이후 41.1%나 증가해 89.7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고학력 청년층 고용사정이 악화되며 '학력 인플레이션'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별 응시자 자격 현황을 살펴보면 출신 대학, 학점, 어학, 사회봉사 경사, 인턴쉽 이수 등 취업 요건 충족 수준은 10년 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대학 진학률 하락세가 완연함에도 불구하고 학력 지상주의는 한국 사회에서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교육부는 왜 학력지상주의를 해결하지 않는가?

31일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구조개혁 취지는 학력인구가 급감하는 현 상황에 대비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각 대학은 A부터 E등급으로 점수 매겨져 최대 A등급을 제외한 모든 대학교가 정원 감축 요구를 따라야 한다. 감축 비율은 최소 3%에서 최대 15%다.

교육부는 정권 감축 권고로 인해 수도권, 지방 간 불균형적 정원 감축이 상당 부분 보정되었으며, 구조개혁 평가에 지방 대학이 선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추가 감축에서 수도권 대학이 차지한 비율 50% 이상이며, 높은 랭크에 진입한 지방대 비율은 상대적으로 상승했다는 거다.

 

그러나 교육부의 정책은 비교 범위를 '수도권'이 아닌 '서울권'으로 설정할 경우 주장이 흔들리게 된다. 수험생이 생각하는 '좋은 대학'은 서울 소재 대학이지 그냥 '수도권에 있는 대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 서울 대학'을 선호하는 이유는 높은 취업률 때문이다. 대학알리미에서 조사한 2014년 주요 대학 대학 취업률 및 진학률 통계에서 서울권 대학은 합계 95.7%~65.3%를 기록해 타 지역 대학 순위를 크게 웃돌았다.

서울권 대학은 단 한 곳도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정원을 감축하지 않아도 된다. 즉, 인 서울 진학이 가능한 학생이 다른 지방 대학으로 진학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거란 말이다. 비서울 수도권 대학 역시 선호도가 높지만 교육 서비스 수준에 대한 기대보단 지역적 선호가 작용한 면이 크다. 수많은 경기∙충청권 대학이 광고에서 서울과 가깝다는 점을 내세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교육부가 성과를 봤다고 주장하는 '교육 서비스 수준 제고를 통한 지역 간 격차 완화'란 목표는 현 대학 구조의 본질적 문제인 학력 인플레이션 해결과 유리되는 면이 있다. 명문대학을 비롯한 인서울 대학 선호 현상이 학력 지상주의의 주 원인이기에, 비서울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타 강원, 전라, 경상, 제주 등 타 지역으로 진학해도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이같은 '학력 불균형'현상은 학력 지상주의와 맞물려 극심한 낭비를 낳고 있다. 실무와 별 상관도 없는 학력과 스펙을 쌓기 위해 다년간 시간을 낭비하고, 비싼 등록금을 지출하며 대학을 졸업해봤자 좋은 대학 출신이 아니면 채용에서 배재되는 현실은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면 당장 생계가 곤란한 지경에 처할 수도 있어 경쟁은 더 심해지기만 한다.

교육부는 대학을 개혁하며 학력 지상주의에서 시작된 본질적 문제를 봐야 한다. 지역 간 교육 서비스 불균형을 해소하고, 함량 미달 대학에 압박을 가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질낮은 대학을 도태시키는 건 시장 질서와 소비자 의지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정부만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