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몰락하는 자영업과 성장하는 푸드테크(Foodtech)기업

빅데이터를 활용한 맛집 포털, '다이닝코드'

빅데이터를 활용한 맛집 포털, '다이닝코드'

외식 자영업 지난 10년간 6.8%만 살아남았다.

근대화 이후 한국 식문화는 외식 중심으로 발달했다. 하루 종일 집을 떠나 있어야 하는 도시생활은 집에서 요리하기 힘든 환경이었고, 한식 특유의 뜨거운 국물 요리와 다양한 밑반찬을 도시락 형태로 제 맛을 내긴 한계가 있었다. 샌드위치나 베이글과 같은 스낵으로 점심을 때우는 것도 당시 정서상 무리였기에, 결국 허기를 채우러 식당에 가서 음식을 사먹는 방식이 일상적으로 자리잡았다.

외식 산업은 도시 규모 확장에 발맞춰 함께 성장했다. 외식업 종사자는 대부분 소규모 자영업자였다. 거대 자본이나 전문 기술, 지식이 필요하지 않았던 데다, 수요도 많았기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새 가게가 문을 열었다. 창업자들은 경제성장기란 시대적 희망에 의지했으나  좋은 시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국세청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 간 외식업계 자영업 매장은 187만 2075개가 창업했고, 이 중 174만 4138개가 폐업했다. 고작 6.8%밖에 안 되는 12만 7937여 개 매장만 살아남은 것이다. 계획성 없는 묻지 마 식 창업, 유행에 의존하는 매장 운영, 창업자의 전문성 부족 등이 외식 자영업 생존주기가 짧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4년 이후엔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계속된 악재로 사회 분위기도 경색돼 외식업이 살아남기 더욱 힘들었다.

 

푸드테크 기업, 외식 산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주목

그러나 외식 산업 자체가 침체되고 있다고 해석할 순 없다. 한국 사람들의 '먹을 것'에 대한 관심 자체는 커지면 커졌지 위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와 SNS를 게시물 대다수는 맛집과 먹부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긴다는 은어)로 채워지며, 음식 배달 어플이나 맛집 소개 사이트 역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엔 요리와 관련된 예능 프로그램도 시청자를 자극해 인터넷 레시피를 참조해 직접 요리해 상차림 하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정보통신과(ICT)와 외식 산업이 융합한 푸드테크(Foodtech) 덕분이다.

푸드테크가 지향하는 외식문화는 과거와 조금 다른 면이 있다. 기존엔 외식에 대해 "일하는 도중에 끼니를 때우는 수단."으로 인식했던데 반해, 푸드테크는 "즐거움을 창출하는 놀이."로서 외식을 지향한다. 그릇에 담긴 예쁜 음식을 보고 맛보고는 것은 물론이며,  음식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해 지인과 음식을 주제로 소통하는 것도 즐길거리가 된다. 유명 쉐프가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며, 그들이 만든 레시피는 대중이 요리에 관심을 갖게 하는 동기가 된다. 요리가 취미가 된다면 식기와 조리도구, 식재료 등으로 매출이 확장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외식산업은 단순 소비에 머물 때보다 산업적 기반을 더 튼튼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외식 산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은 수많은 기업이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헬로네이처'는 복잡한 유통구조 없이 신선한 식재료를 현지에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유통 라인을 개척하고 있으며, '오늘 뭐 먹지'란 요리 관련 채널은 SNS를 이용해 독자 수백만 명을 확보하는 미디어가 되었다. 최근엔 어플 '모두의 지도'와 합병해 지역 정보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바이탈힌트'는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 등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요리, 건강과 관련된 레시피를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

'다이닝코드'같은 경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식 포털 사이트를 구축했다. 업체 홍보 수단으로 전락해 신뢰도가 하락한 포털 카페나 블로그와 달리 사용자 평을 직접 수집해 제공하며, 취향과 가격, 지역 등 세세한 사항까지 선택에 반영할 수 있어 편리하다.

 

유동인구만 믿고 가게 열 수 없는 시대... 자영업도 역량 개발해야

푸드테크 기업의 성장은 외식 자영업의 몰락과 대비된다. 자영업자는 불황이라 손님이 떨어졌다고 한탄하지만, 푸드테크 선도자들은 불황에 의한 사회적 우울감을 맛있는 음식으로 해소하도록 유도해  순식간에 '대세'로 떠올랐다. 헬로네이처 등 신흥 유통 기업은 1인 가구와 늘어나며 식재료 소비 패턴이 변화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고, 배달 어플 등은 모바일 기기 중심으로 변화하는 결재방식에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변화는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같은 변화에서 외식 자영업은 몰락했고, 푸드테크 기업은 기회를 잡았다. 외식업 양극화 현상에서 볼 수 있듯, 기술력과 전문성, 기업가적 정신이 없다면 회사 앞 작은 식당을 차려 먹고사는 것도 버거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서민이기에 정부 지원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자영업자들도 스스로 역량을 개발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