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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폭스바겐 사태에 웃을 때 아니다... 포드 사태 기억해야

폭스바겐에 이어 포르쉐와 아우디로 수사 확대... 신뢰도 '털털'

독일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이 그야말로 '탈탈'털리고 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란 것을 직감한 걸까. CEO는 한 마디 변명도 없이 직접 영상 편지를 찍어 "한없이 죄송"함을 알렸다. 폭스바겐 브랜드와 기술, 차량을 믿었던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신뢰를 저버린 데 대한 사과였다.  

 이번 배출가스 조작 파문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지난 18일 일부 폭스바겐 디젤 승용차가 미국에서 배출가스 검사 회피 기능을 가진 채 판매돼 왔다며 미국서 팔린 48만 2천 대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린 것을 계기로 불거졌다. 조사가 완료되면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 원)의 벌금까지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에 폭스바겐은 이틀새 시가총액이 250억 유로(약 33조 원)나 증발했고, 파장이 확산되며 다른 자동차주의 주가도 급락했다.
 
폭스바겐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65억 유로 (약 8조 6천억 원)을 준비하고 있다 밝혔으나,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기만 해 전혀 진압되지 않았다. 폭스바겐 그룹의 다른 브랜드 차량도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돼 스코다와 세아트, 포르셰의 SUV 카이엔과 아우디의 Q5, A6, A7, A8 모델까지 수사의 표적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1천100만 대의 디젤 차량에 장착됐다면 연간 최고 94만8천691t의 질소산화물(NOx)이 공기 중에 배출됐을 것이라고 보도하자 환경 문제에 민감한 유럽권 소비자들은 경악했다. 이탈리아에선 이미 소비자단체가 폭스바겐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폭스바겐의 주력 시장이 유럽이기에 이러한 부정적인 여론은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

빈터코른 폭스바겐 CEO는 배출가스 눈속임 차단장치 소프트웨어를 누가, 왜 차량에 탑재했는지 해명하지 않았지만, 정황상 환경법 기준에 맞추는 동시에 차량 주행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기업이던 신뢰가 중요한 건 마찬가지지만, 자동차 업계는 환경∙생명과 직결되는 제품 특성상 높은 신뢰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미 적지 않은 자동차 회사가 고객의 신뢰를 저버린 탓에 곤혹을 치른 적 있다.

신뢰를 잃은 자동차 기업의 말로... 현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다. 비록 회생에 성공하긴 했지만, 한 때 미국의 '국민차'지위에 있던 포드는 소비자 안전을 경시하는 태도로 이미지가 하락해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2000년에 불거진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 사태'가 원인이었다.

세계 최대 타이어 제조업체인 파이어스톤은 당시 타이어 650만 개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제품 불량으로 인해 운행 도중 타이어가 파열되는 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결함 타이어 중 70% 는 포드의 주력 차종인 익스플로러에 장착돼 있었으나, 포드는 이미 소비자 수십 명이 사망하는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 심지어 파이어스톤 리콜을 계기로 문제가 불거지자 "리콜해주면 되지 않느냐."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청문회를 통해 포드가 타이어 결함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미국 국민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게 되었다. 이 사태로 포드는 과태료 20억 달러를 부담했으며, 파이어스톤사와 맺은 95년 간의 협력관계도 깨져다. 무엇보다 소비자 신뢰를 잃어 그저 그런 미국산 차로 전락하고 말았다. 

폭스바겐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현대자동차 역시 '신뢰'문제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아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유지하는 현대지만, 올해 들어 내수 판매가 급격히 감소하며 위기론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20~30대 청년이 주 구매층인 쏘나타와 아반떼 판매량이 제자리 걸음해 지난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7%나 감소한 15만 4802대에 그치기도 했다.

그동안 현대차 결함과 관련된 언론 보도 수는 타 브랜드의 제품에 비해 월등히 많다. 에어백 결함, 누수, 의문의 전소, 부식, TPMS 오류, 급발진, 주행 중 핸들 잠김 등등 사례도 다양해 '전반적인 질적 저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 미숙한 AS와 강경 노조로 인한 생산력 저하, 외수와 내수가 다른 차별 경영으로  현대를 향한 고객의 눈빛은 이미 매서워진 지 오래다.

자동차 업계는 앞으로 더 힘들어질 거다. 값 싼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고객 선택 폭이 넓어졌고, 경기 침체로 인해 자가용을 갖는 것에 대한 부담도 커져 굳이 차를 구매하기보단 대여하는걸 선택하는 사람도 늘었다. 그럴수록 기업은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현대 역시 언제 포드나 폭스바겐과 같은 꼴이 될지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