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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신청 주주 상당수는 대기업.. 금산분리 규정 훼손 우려

인터넷전문은행에 예비인가를 신청한 업체가 공개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예금부터 대출까지 모든 은행 서비스를 영업점 없이 운영하는 온라인 전용 은행으로, 기업은 별도의 부동산 비용이 들지 않아 예대마진과 각종 수수료를 최소화하고, 고객은 높은 예금 금리와 낮은 대출 금리,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선 이미 1990년대부터 인터넷 은행이 다수 등장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금융위는 2일 총 3개 신청인이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상호명(가칭)은 각각 '카카오 뱅크', 'K-뱅크', 'I-뱅크'로 표기되었으며 주주 구성도 다채롭다. 세부 구성은 다음과 같다.

카카오 뱅크 : 넷마블, 로엔, SGI, 서울보증, 우정사업본부, 이베이, 예스24, 카카오, 코나아이, KB국민은행, 텐센트,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12개 업체

K-뱅크 : KT, 효성ITX, 노틸러스 효성, 뱅크웨어글로벌, 포스코ICT, 브리지텍, 모바일리더, GS리테일, 얍컴퍼니, 이지웰페어, 우리은행, 현대증권, 한화생명,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다날, 한국정보통신, 인포바인, 8퍼센트, 한국관광공사 등 20개 업체

I-뱅크 : 인터파크, SK텔레콤, GS홈쇼핑, BGF리테일, 옐로금융그룹, 갤럭시아커뮤니테이션즈, NHN엔터테인먼트, 지엔텔, 한국전자인증, 세틀뱅크, IBK기업은행, NH투자증권, 현대해상화재보험, 한국증권금융, 웰컴저축은행 등 15개 업체

주주구성에서 볼 수 있듯 기존 은행이나 증권사는 물론, 카카오와 네이버 등 핀테크 기술과 플랫폼을 가진 ICT기업, 일반 대기업까지 다양한 업체가 인터넷 은행에 뛰어들었다. 금융감독원은 12월까지 내부 심사와 외부평가의원회 심사를 거쳐 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평가위원회는 금융, IT보안, 핀테크, 법률, 회계, 리스크 관리, 소비자 등 분야별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다.

예비인가 심사 기준은 자본금, 대주주 및 주주구성, 사업계획 및 인력∙물적 설비 등이며,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및 안정성, 해외진출 가능성은 특히 중점적으로 심사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본인가를 받은 업체는 16년 상반기 이후부터 영업을 계시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필요성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금융사가 제공하는 '인터넷 뱅킹'과 다를게 무엇이냐는 거다. 금융위원회도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계획만 밝혔을 뿐 아직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진 않았다. 위 심사 기준에서 볼 수 있듯 각 업체가 제시하는 '사업계획의 혁신성'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 범위를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업무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소액대출 업체 수도 만만치 않게 많아 시장을 혼탁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만 받았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선 각 업체가 차별성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해외 인터넷전문은행도 도입 초기인 1990년대 중반엔 기존 은행과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해 대부분 문을 닫았고, 본업의 특성을 활용해 차별화를 꾀한 업체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BMW에서 설립한 'BMW Bank Of North America'은 자동차 제조회사인 모회사의 고객을 대상으로 리스프로그램과 관련된 대출과 오토론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크레딧카드 사업을 영위해 BMW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이 마일리지를 적립해 자동차 정비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마련했으며, 미국 최대 학자금 대출회사인 'Salie Mae'는 학자금 대출 등 교육 관련 대출을 특화한 'Sallie Mae Bank'를 설립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했다. 일본에서도 유통기업 '세븐일레븐'과 이동통신업계가 본업과 연계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대기업이 참여할 경우 금산분리 규정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금산분리란 은행이 대기업 또는 개인 대주주의 자본으로 악용되는걸 막기 위해 비금융사업자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현재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소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시중은행 9%, 지방은행 15%로 제한해 기업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 상당수는 보험사나 금융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의 분리)만 겨우 준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대기업에 의해 오용될 소지도 적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인터넷 은행 사업에 뛰어든 각 업체는 기존 은행,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이 충족시키지 못했던 사용자의 요구를 찾아내 사업성을 증명할 수밖에 없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상징적 의미에만 만족하거나 금융 자본을 기업 비자금으로 삼으려는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면 고객으로부터 싸늘하게 외면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