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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타결, 중-미 패권다툼 속에서 등 터지게 싸우는 한-일

세계 12개국 TPP로 묶인다... 문제는 일본

세계 최대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오랜 진통 끝에 5일(이하 현지시간) 마침내 타결됐다.

 지난달 30일부터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웨스틴 피치트 리플라자 호텔에서 TPP 각료회의를 개최해 온 미국, 일본 등 환태평양 12개국 무역·통상장관들은 6일간이나 이어진 협상 끝에 이날 핵심 쟁점들을 최종 타결했다고 NHK,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 등이 전했다.

 TPP는 무역장벽 철폐를 통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2005년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등 4개국 사이에 '환태평양전략경제동반협력체제(TPSEP)라는 이름으로 체결돼 이듬해 발효됐다.

 협정 타결이 이뤄짐에 따라 12개국은 자동차에서부터 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제품들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는 등 무역 장벽을 없앨 수 있게 됐다.

또 무역뿐 아니라 신약 특허 등 지적재산권, 노동 및 환경 보호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관련 규정이 만들어지게 된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세계 경제 주도권 잡기 위한 중국 과 미국의 경쟁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5일 타됨으로써 세계 경제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이 출범한 데 이어 미국이 이끄는 TPP 협상이 타결되면서 국제 경제 패권을 향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 2위 국가로 욱일승천한 중국은 시진핑 체제 개시와 함께 일대일로 구상을 밝히며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질서를 새로 짜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AIIB이외에도 '일대일로' 사업으로 글로벌 영향령을 더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대일로'란 중국 중서부, 중앙아시아, 유럽을 아우르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중국 남부, 동남아시아의 바닷길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아시아 경제공동체를 만들자는 구상이며, 그 일환으로 AIIB 뿐 아니라 브릭스 개발은행과 실크로드 기금, 상하이협력기구 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주변국에 가입을 독려했다. 

특히 아프리카는 시 주석이 전략적으로 공략한 지역이다. 아프리카가 가능성이 무한한 시장이라고 판단한 중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막대한 투자와 원조로 공을 들였다. 미국은 냉전 구도가 와해된 이후 전략적 의미가 떨어진 아프리카에 소홀했다가 최근 들어 견제에 나섰지만 이미 '선점'한 중국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주도 AIIB가 성사되면서 뼈아픈 일격을 당했으나 이후 TPP 협상 체결로 반격에 성공한 모양새다.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다자간 FTA인 TPP는 지역 단위에서 강도 높은 교역 질서를 세운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역 경제권을 심도있게 묶는 세계 최대의 지역경제 공동체가 탄생한 것이다.

국내 산업의 영향은 제한적?... 울고 웃는 기업들

TPP 타결로 제조업 강국인 일본이 시장을 개방하게 되면 한·미 FTA를 체결해 미국 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상당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가격과 품질을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 관련 업체는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반면 한국 업체는 멕시코 등 완성품을 더욱 저가로 공급할 수 있는 TPP 가입국에 중간재 수출을 확대해 생산기지로 활용할 기회를 얻게 될거란전망도있으며,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생산비용이 국내보다 낮은 TPP 역내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한국이 TPP 12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는 이미 양자 간 FTA를 체결한 상태라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거란 주장도있다. 

우선 수혜가 예상되는 것은 방직업체등 TPP 원사기준에 따르는 기업들이다. 원사기준은 역내산 원사로 직물을 짜고 의류를 재단·봉제해야 원산지를 역내산으로 인정한다는 원칙이다. TPP 타결 최대 수혜국으로는 베트남이 꼽힌히지만 베트남산 원단의 대부분은 품질이 낮아 TPP 원사기준이 채택되더라도 원단소싱을 다른 나라에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자업계의 경우 이미 1997년 정보기술협정(ITA) 발효로 컴퓨터, 통신장비,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는 철폐됐다. 주요 전자제품은 대부분의 TPP 참여국 간에는 무세 또는 낮은 세율의 관세가 적용 중이다.

 철강 업종도 관세인하에 따른 가격 위협 요인이 낮아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주력 제품이 일본 제품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일본 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처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는 매년 대미 수출 실적을 늘려 왔지만 관세 철폐로 일본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TPP 국가들의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어 유리해지고 우리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이 나중에 TPP에 가입하더라도 한-일 관세 문제는 신중하게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