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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타결로 일본 자동차 업계 신났다..미국 정계에 돈 쥐어준 보람 있네!

도요타 자동차 아키오 사장
도요타 자동차 도용타 아키오 사장

TPP의 원산지 규정은 그 제품이 가입국 내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전제로 적용돼 자동차 산업의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제조국은 마지막에 조립만 할 뿐, 수만가지 부품이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일본을 비롯한 자동차 생산 국가들은 이 규정에 강하게 반발했고, 그탓에 TPP 협상 타결은 5년이나 지연되었다.

멕시코와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TPP 참가국에서 원자재 및 부품을 조달하는 비율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기준을 밑도는 45%로 할 것을 주장했으며, 중국 부품 조달 비중이 높은 일본 역시 이 비율을 낮게 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이 제시한 협상안은 원산지 규정과 별도로 자동차 부품의 TPP 참가국 조달 비율을 32.5%까지 낮추는 것이었다. 그 결과 자동차 회사 대부분이 TPP 국가 밖에 차량 부품을 공급받는걸 허용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당초 미국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다. 참가국 간 역내 부품 조달 비율을 높여야 부품 업체가 있는 국가가 자국 산업을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맺은 NAFTA협정은 역내 자동차 부품 조달 비율을 62.5% 이상으로 규정하는데, 그덕에 미국은 관세가 바진 저렴한 가격으로 자동차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고 멕시코는 안정적인 자동차 부품 수출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에 미국 정계는 TPP 원산지 규정에서 참가국 자동차 부품 납품 비중이 줄어든 것이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타격을 줄거라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부터 계속된 경제 불황으로 중국에 부품 수입 의존도를 크게 높여왔다. 중국에서 조달받는 부품은 단가가 저렴한데다 미국, 한국산에 비해 품질도 크게 뒤처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닛산 자동차의 경우 본래 완성차 생산에 들어가는 부품 중 중국산 비중이 15~20% 정도였으나, 2013년 이후엔 35%까지 늘어났다. 일본 자동차 회사는 TPP 협정 덕에 앞으로 미국 수출량을 늘릴 수 있지만, 그것이 미국 자동차 부품 기업 실적을 높이거나, 노동자 고용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만 좋은, 배은망덕한 일이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이유는 협상 기간 중 있었던 일본의 지속적인 로비 활동에 있다. 일본자동차공업회는 2015년 미국과 일본 간 무역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로비스트에게 수만 달러를 지불했으며, 도요타 역시 2013년 TPP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100만 달러 이상을 로비활동에 투입했다. 2014년엔 도요타 자동차 노스아메리카 지부가 미국 연방 대선 후보자나 정당에 28만 4,500달러를 기부한 사실이 정치헌금 내역을 조사하는 시민단체 '센터 포 리스펀시브 폴리틱스(Center For Resposive Politics)'에 의해 보도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