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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 이상은 높은데 현실이 안따라주네

 

프리미엄 폰?.. 중저가 폰?... 갈피 못잡는 HTC

HTC는 최근 프리미엄폰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중저가 제품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데다 기업 자금 사정까지 좋지 않아,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기업 내부자에 의하면 HTC는 최근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 등 몇몇 저개발 국에 진출했으며,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디자이어 시리즈' 등 그리 비싸지 않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6종을 출시했다. 가장 가격이 싼 모델은 150달러였다. HTC는 더 이상 '중저가 폰 제조사'라는 그룹에 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회사의 한 중역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발표를 하며 "우리 제품을 100달러 이하 가격으로 판매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사실 HTC가 추구하는 변화는 자기모순적인 면이 있다. 지난 8월 HTC 경영진은 프리미엄폰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 중저가 제품의 가격을 추가 할인했었다. 기업 내부자에 따르면 그 덕분에 새로운 매장을 세워도 될 정도로 재고를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매출 부진의 수렁에 빠져나오진 못했다. 지난 8월엔 인력 15%를 구조조정하고, 생산에 투자하는 비용을 35%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상하이에 위치한 공장을 매각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난주엔 대만증권거래소에의해 대만50지수에서 제외되는 수모까지 당했으며, 그 전날 HTC가 발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총 손실은 한화 약 1,578억 원에 달했다. 시장조사기관의 발표에 의하면 HTC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 3개월간 0.1% 하락해 3.4%을 기록하는 등 최하위권이었으며, 중국 시장 점유율도 3%가 채 되지 않았다.

수석홍보담당자 '뤼키 청'은 "HTC는 애플과 같이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삼성의 사업 유통 체인을 이기지 못한 탓에 쇠락하고 있다"라며, "HTC는 중저가 시장에 신경을 써야 했지만, 대응이 늦어 많은 시장을 잃었고 동남아 시장조차 점유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올해 중국 모바일 시장의 호황이 약화되며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했으나, 정작 동남아시아에 거점을 둔 HTC는 이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다.

이는 구글과 삼서잉 '앤드류 원'이나 '타이젠'등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모델을 일찌감치 준비했던 것과 대조되는 것이었다. 화웨이나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역시 우월한 가격경쟁력으로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고, HTC 디자이어는 아무런 매력이 없는 브랜드가 되어 재고만 쌓이고 있다.

그렇다고 프리미엄 폰 시장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뤼키 청은 "프리미엄 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다. 전망이 영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