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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나라' 스웨덴은 어떻게 행복한 복지 국가가 될 수 있었을까?

'금수저를 물다'라는 말은 보통 극심한 부의 편중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보통 빈부격차가 큰 나라로 중동이나 중국, 남미와 같이 사회적 재분배 기능이 약한 국가를 꼽으며, 선진국 그룹 안에선 미국, 일본 등을 떠올린다.

그러데 복지 국가로 유명한 스웨덴도 알고 보면 남 못지 않은 '금수저'국가다.

스웨덴은 한국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재벌 위주 경제체제를 유지해온 나라다. 정부 차원에서 독점기업을 용인하고, 차등 의결권을 부여했으며, 아주 낮은 법인세를 유지해왔다. 1932년 집권한 스웨덴 사회민주당 역시 1970년대까지 시장주의 성장모델을 선택했으며, 동일 업종 간 임금을 평준화해 경쟁력이 낮은 기업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했다.

동시에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간접세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관리했다. 아마 이 당시 스웨덴 인들은 꽤나 괴로웠을 테지만, 시장 친화적 정책 덕에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뤄내 볼보, 사브, 일렉트로룩스, 에릭슨 등 세계적인 제조업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고용증대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스웨덴 특유의 생산적 복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웨덴은 자산 격차 수준이 상당히 크다. 미국이 상위 1%가 총 자산 비중의 31%를 차지하는 반면 스웨덴은 상위 1%가 전체 부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스웨덴 국민의 자가 주택 소유 비중은 57%로 다른 나라보다 낮으며, 사회적 임대 시장이 전체 주택의 21%를 차지한다. 반면 기업은 낮은 법인세와 0%에 가까운 상속세 덕에 세금 걱정 없이 자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범적 복지모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조세 부담으로 부를 재분배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국민부담률은 2013년 기준 42.8%로 OECD 회원국 평균인 34.1%에 비해 현저히 높았으며, 복지지출 비중도 28.1%로 평균치인 21.6%에 비해 높았다. 한때는 개인소득세가 소득의 50%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의 표현대로라면 '많이 내고 많이 돌려받는' 조세 구조인 것이다.

이처럼 스웨덴은 '친기업적 정책 탓에 자산 불평등이 매우 높은 동시에, 강력한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소득 불평등은 낮은' 독특한 경제 구조 덕에 수준 높은 복지를 실현하는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스웨덴이 성공을 거두자 세계 각국에서 스웨덴의 모델을 참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스웨덴식 경제 모델을 차용해도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 이는 국가가 소유한 부의 규모가 아닌, 국가 투명성과 신뢰의 문제에 있다.

스웨덴은 1995년 이후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 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4년에도 175개국 중 4위를 차지했다. 국민 역시 정부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책을 집하고 복지 돌려줄 것을 알기에 높은 세금을 기꺼이 납부한다. 투명하고 깨끗한 행정이 스웨덴의 높은 국가경쟁력을 만든 것이다.

반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75개국 중 43위에 그쳤다. 정부는 복지를 이유로 세금을 늘리지만, 정작 국민은 세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실감하지 못하며, 미심쩍은 국가 예산 편성과 갖은 비리에 분노한다. 기업은 낮은 법인세로 모은 자금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쓰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쟁여두기만 한다. 투명한 세금 운영이 보장되지 않는 한, 스웨덴식 '고부담-고복지'모델은 실현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