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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한국과 일본의 경쟁을 부추기다

한국이 TPP에 섣부르게 가입하지 못하는 이유

TPP(환태쳥앵경제동반자협정)은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12개국이 참가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지만, 한국은 이미 이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FTA(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어 적극적으로 가입을 추진하기도, 배재하기도 애매한 상황에 있다.

더욱이 TPP 협정문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가입 시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지금으로선 '상품에 대한 관세, 서비스, 투자, 기술장벽을 비롯한 포괄적 분야의 시장개방을 목표로 하는 무역 협정'이란 가입국의 발표에 기대 갖가지 전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TPP협정문은 조율작업을 거쳐 내년 초에 정식 서명 후 공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현재 알려진 항목은 자동차 부품와 의약품 특허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자동차 부품 및 완성차의 경우 일본의 대미 수출품목인 자동차 부품 중 82%에 대한 현행 관세 2.5%를 즉시 철폐하고, 완성차의 경우는 기간은 국가별로 상이할 수 있으나 단계별로 관세를 철폐한다는 기본 방향엔 합의를 이뤘다. 완성차 생산시 원산지 기준 역내 조달 비율은 55%다.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에 대해선 미국은 12년, 호주는 5년을 주장했으나, 결국 8년 수준에서 합의를 보았으며, 주요 쟁점사항이던 농산물에 대해선 일본이 미국산 쌀과 소고기,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 인하에 합의를 하며 타결이 이루어졌다. 일본은 13년 간 연간 7만 톤의 쌀을 무관세 수입하고, 소고기는 16년 간 38.5%에서 9%로 관세를 인하하며, 돼지고기는 10년 간 Kg당 482엔에서 50엔으로 관세를 낮췄다.

최대의 경쟁자 일본, 산업별 영향은?

한국의 가격경쟁력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TPP 참여국 대부분과 양자 FTA를 체결하긴 했지만, 거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의 FTA 효과를 통해 누려온 관세 혜택은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 기계 등 수출경합 품목이 많은 일본과의 경쟁에서 가격경쟁력을 잃는다면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에 산업통산자원부는 한국이 TPP 불참할 경우 GDP가 약 0.12% 감소하고, 제조업 분야 무역수지에선 약 1억 달러의 손해를 볼 것이라 예상했다. 반면 TPP 참여시엔 1.7~1.8%의 GDP 증대 효과와 발표 10년 간 연간 2~3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이 있을 거라 전망했다.

한국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전략 중 하나는 국내 생산기지를 TPP 회원국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TPP의 누적 원산지 기준 조항을 이용한 것으로, 생산과정에서 TPP 역내에서 생산된 소재와 부품을 사용할 경우 해당 소재와 부품을 자국산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섬유, 의류 부문은 원내에서 생산된 원사 사용을 통한 완제품 생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한국산 원사 공급이 일본, 말레이시아 등 역내 국가로 전환되거나 한국의 생산기지 자체가 이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미 '한세실업' 등 베트남 주재 한국 섬유 기업은,  TPP 섬유 원산지 규정이 미국안대로 타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2012년부터 베트남 빙폭성에 있는 염색 공장을 인수해 원단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등 대응한 바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일본 제품에 대한 미국 시장의 관세가 즉시 철폐됨에 따라 한국의 가격 우위가 사라져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자동차 부품에서도 원산지 기준 충족을 위해 미국 자동차 기업이 한국산 자동차 부품을 일본산으로 대체할 우려가 존재한다.

철강 분야는 이미 한국 제품이 미국에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어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TPP 회원국 간 추가 관세 인하가 이루어질 경우엔 말레시아, 멕시코 등에서 일본 수출 증가가 예상돼, 한국 제품의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가전/전자 산업 역시 한국 제품 대부분이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으며, 현지 생산체계가 구축되어 있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