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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 상당수 재정문제 '심각'.. 책상 살 돈도 없어..

강의실에 책상을 갖추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모 전문대

이 학과 학생 A씨는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중간고사를 책상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공간에서 진행해 바닥에 엎드리거나 앉아서 필기시험을 쳤다"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학생은 "이번 중간고사 기간에 시험을 강의실 바닥에 앉아서 쳤는데 이런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시험이라 학생이 많아진 탓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학과는 의자가 없는 강의실에서 실습 수업을 해 학생들이 맨바닥에 앉아 강의를 듣게 한 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생 B씨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또 다른 강의실에는 파손된 의자가 많아 거기에 앉아서 수업을 듣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학과장은 바닥에 앉아 시험을 치게 했다는 학생들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론수업은 모두 의자와 책상이 있는 강의실에서 시험을 치렀고 실습수업의 경우 의자와 책상이 없는 강의실에서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학교 규모가 그래도 큰 데 의자와 책상이 없는 곳에서 이론 필기시험을 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며 "실습실에는 애초에는 의자가 있었는데 공간이 좁아 학생들이 원해서 의자를 치웠다"며 "이런 것은 별로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전문대 재정의 빈약한 재정구조... '심각한 수준'

그러나 전문 대학 상당수가 재정 구조에 문제가 있는것으로 보인다. 재정 규모가 영세한데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입학 충원율이 미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별 취업률 편차가 확대된 탓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 전문대학이 경영에 난항을 겪기도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전문대학 재정 구조 실태와 개선 방향>에 따르면 전문대학 재정수입은 2010년 기준 학교당 평균 330.4억 원으로, 지난 10년 간 재정 수입은 51.1%가 증가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65.5% 증가율을 기록한 4년제 대학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전문대학 재정 운용의 특징은 '등록금 의존도가 높고' '교육 투자는 낮다'라고 설명할 수 있다.

전문대 등록금 수입 비율은 66.0%로 4년제 대학의 62.3%보다 높다. 학교 제정 과반이 등록금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반면 국고보조금 및 기부금 비율은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등록금 비중이 높은 것에 비하면, 학생에 대한 교육투자는 미흡한 점이 많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고작 542.7만 원으로 4년제 대학의 54.3%, 1인당 연구비는 더욱 낮아 4년제 대학의 10.4%에 불과했다.

그나마 교육비 환원율 (학생이 납부한 등록금 중 교육을 위해 투자되는 비율)과 장학금 지급률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특히 적어도 100%는 되어야 하는 교육비 환원율은 여전히 90% 내외에 머물고 있으며, 4년제 대학과의 격차는 22.8%나 난다.

교육비 환원율은 곧 '교육의 질'.. 적어도 100% 넘어야

2010년 기준 교육비 환원율이 100%이상인 전문대는 전체의 26.4%에 그친다. 특히 사립대는 136개 학교 중 100개 학교가 환원율이 100%미만에 머무르며, 환원율이 80% 미만인 대학도 25개교나 되는 등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방 전문대의 재정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수도권에 위치한 전문대학 대비 비수도권 전문대학의 재정 수입 격차는 2001년 75.1%에서 2010년 59.0%로 격차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전문대학이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구조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입금, 국고보조금 확충을 통해 등록금 의존율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교육비 확충을 통해 전문대학 교육비 환원율을 지금보다 대폭 끌어올려야 교육의 질도 높아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정 압박에 시달리는 일부 영세 전문대에 대한 신속한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