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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함께 저무는 한 시대.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와 대한민국의 미래.

향년 88세, 시대의 거물 하나가 이 땅의 삶을 마감했다.

존재자체로 방향이 되고 이름 석자가 상징이 되는 한국 정치사의 한 인물이었다. 3김시대라고 불리는 시대구분의 이정표이기도 했다. 살아서 시대를 구분지었기에 죽음도 대한민국의 향방을 해석하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방향타가 된다. 김종필, 김대중과 더불어 3김을 이야기하지만, 정권을 노리는 대권후보군의 통칭으로 3김이 이야기되는 것이고 그의 실존은 김대중과 더불어 민주화 투쟁을 한 삶에 정체성의 방점을 두어야 하겠다.

노태우와 연합하여 권력의 정점에 이르렀고 그 수혜를 입었지만, 노태우와 더불어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철창에 가둔 것은 정체성과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김영삼적 사건이다. 그 자신은 김대중과 더불어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에 항거한 민주화의 표상이기를 원했고, 국민이 직접 권력을 주고자 하는 선출직 대통령의 순차적 후보군의 단 두명중 하나였다. 김대중과 더불어 김영삼은 인물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화 투쟁사가 되는 유이한 인물이다.

박학다식하고 두루 살피는 성격의 김대중과 대비되는 단호하고 기민한 투쟁가가 대한민국 땅에는 필요했고, 시대의 부름에 응하여 투쟁하고 살아남고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 두 민주투사는 권력의 정점에 오르는 것으로 투쟁에 대한 보상을 받았고 민주화된 대한민국은 김대중과 김영삼이 아닌 새시대의 인물을 요구하기에 두 사람을 하늘로 보내게 되었다.

이제, 절대악같은 폭압적 정권은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납치를 염려할 일도 단식으로 투쟁할 일도 없다. 권력이 불법을 저지르며 민중을 탄압하던 시대는 가고 위대한 민주투사들이 바라고 원하던, 선출직 대통령의 민주화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서민의 시야에 대한민국의 비전은 흐릿하고 삶으로 마주치는 현실은 답답하다. 심화되는 빈부격차와 양극화, 권력보다 교묘한 갑질문화와 부정 부패때문이다.

민주화된 대한민국은 뜨거운 피로 항쟁한 민주화 세대에게 빚을 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싸움은 피를 흘리고 주먹을 휘두르는 투쟁이 아니다. 대화하고 타협하고 조율하는 합리적 제도를 만들고 세계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새시대의 싸움이다. 일방을 악으로 상정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싸움방식은 우리 사회에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정치권 여야의 대립과 경제계 노사 갈등은 바뀐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엉터리 이념싸움으로 성과없는 상처입히기 자멸게임을 거듭하고 있다. 

한시대가 가고 다른 시대가 왔음을 시대를 상징하는 한 인물의 삶과 죽음으로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해 일생을 보낸 대통령을 보내며 새시대의 과제인 국가의 번영과 안정, 국민의 행복과 양극화해소, 부정부패와 부조리의 해소를 생각하게 된다. 투쟁이 필요한 민주화 항쟁의 시대, 주어진 삶의 과제를  마무리한 한 인물을 보내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과제를 해결할 위대한 인물들의 부상을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