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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두환, 노태우보다 나았던 점

죄측부터 노태우, 전두환, 김영삼 대통령
죄측부터 노태우, 전두환, 김영삼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현 씨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독재자와 민주투사로 만나 격한 투쟁을 벌였던 과거를 생각하면 경천동지 할 일이다.

IMF 금융위기로 경제 분야에서 욕을 많이 먹었던 김영삼 대통령이지만, 개인적인 부분에서 칭찬할 만한 점은 본인의 '돈'문제로 명예가 실추된 적은 없다는 데 있다. 혹자는 그가 멸치 어장을 운영하는 부자 부모님 덕에 자금 걱정 없이 정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이 부정부패가 없었던 원인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 경남 거제의 땅과 생가 등 52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기부한 것은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도 "내 주머니는 돈이 지나가는 정거장이다. 정치자금을 받았어도 인풋과 아웃풋이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돈 욕심이 없었으며, 1993년엔 공직자 재산 공개제도를 도입해 자신의 재산이 17억 8,000만 원 가량임을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청와대에 있는 금고 4개를 취임하자마자 없애버린 것 역시 유명한 일화다.

전두환 2205억 원, 노태우 230억 원.. 반란 및 내란, 뇌물수수 추징금

반면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1996년 대법원에 의해 재임 중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징금 2천20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추징금 집행 시효 만료가 임박 해질 때까지 환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법무부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을 계기로 2013년 8월 미 법무부에 전씨 일가의 미국 내 은닉 재산을 동결해 달라고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다.

추징금 환수가 미진한 이유는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소유한 재산 상당수가 부동산과 미술품 현물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전씨 일가가 추징금을 내기 위해 경매에 내놓은 미술품 600여 점엔 국보급 고가 그림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정선, 심상정 등 조선시대 산수화 거장의 작품은 물론, 김환기, 천경자 등 국내 근현대 작가의 작품도 상당수이고, 장 샤오강이나 데미안 허스트 등 외국 유명 작가의 작품도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한국의 인상파 화가로 불리는 이대원의 '농원'은 6억 6,000만 원에 낙찰됐다.

찰에 따르면 현재 팔리지 않고 있는 전씨 일가의 부동산은 모두 7건이다. 경기도 오산 땅(감정가 500억원)과 허브빌리지(250억원), 신원 플라자(180억원), 서울 연희동 사저(80억원), 경남 합천 선산(60억원), 전재용씨 거주 빌라(20억원), 경기도 안양 관양동 임야(20억원)이다. 검찰이 계산한 감정가 합계는 모두 1110억원이다. 감정가에 모두 팔린다면 약속된 추징금을 간신히 낼 수 있다.

정책적 과오는 재평가 받아도 윤리적 과오는 씻을 수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 의해 군형법상 반란, 내란과 뇌물 수수 혐의로 추징금 230억 원을 선고받았고, 16년 만인 2013년이 되어서야 추징금을 모두 납부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노 전 대통령의 동생 재우씨가 미납 추징금 150억원을 대신 납부해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이 완납됐다고 밝혔다. 이 돈은 국고로 귀속됐다.
 
대통령의 정책적 과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평가받을 수 있지만, 윤리적 과오는 수백 년이 지나도 씻을 수 없다. 공직자이나 국가수반으로서, 뇌물수수를 하지 않은 것 만으로도 김영삼이 전두환, 노무현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