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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한국-중국 간 엇박자 걸음에 10년 넘는 시간이 소모됐다

지난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기념촬영 후 취재진에게 손을 들고 있다.
지난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기념촬영 후 취재진에게 손을 들고 있다.

한중 FTA, 국회 비준도 못했는데 10년이 흘렀다

한중 FTA가 최초로 논의된 것은 2004년 9월,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경제장관회의 중, 한중 양국이 통상장관회의 민간공동연구 개시 추진에 합의하면서부터다. 이후 수차례 공동연구를 거친 뒤에야 한중FTA의 청사진이 드러났다. 그러나 무려 11년이 지난 2015년 연말이 되어서야 비준동의안 국회 통과가 논의되고 있는 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협상에서 타결까지 소요된 시간이 한미 FTA는 1년 4개월,  한-EU FTA가 2년, 한-칠레 FTA가 5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수배나 차이나는 시간이다.

중국과의 FTA 체결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으나, 한중간 경제적, 정치적 이해의 차이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 대중화경제권의 통합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었고, 그다음으론 아세안과의 경제통합을 추진했다. 무역협정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산업 의존도가 높은 국가 간에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선진국과의 FTA 체결에 있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화학, 철강을 비롯한 많은 산업분야에서 한국에 비해 기술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FTA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급격히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 일본보다 앞서 중국과 FTA를 체결해야 시장을 조기 선점할 수 있지만, 관세 인하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고, 제조업에서 중국산 중저가 범용 제품 수입이 급증할 수 있으며, 농림수산업 개방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협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한국이 높은 수준의 FTA를 통해 중국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FTA 협상에서 국내 제도개선을 다루는 것을 꺼려해 시장 개방 수준에 대한 의견 불일치도 있었다.

중국은 국내 제도를 통해 독자적 비관세 장벽을 유지하고 있다. 직접적 수입규제 및 금지는 물론, 위생검열(SPS), 환경장벽, 통관절차, 투자장벽, 지적재산권, 투명성 등 갖은 방법으로 비관세 장벽을 쌓았다. 또한 과거 타국과 맺었던 FTA 조항은 지방정부(성)의 시행령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 일관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세계은행 역시 중국이 신뢰성과 정치적 안정성, 효율성, 규제의 질, 법치주의, 부정부패, 제도 발전 정도가 매우 낮게 나타나 투자자의 소유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국가라고 진단한 바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세심하게 합의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의도와는 반대되는 것이었다. 코트라 보고서가 한국 및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중 FTA 개시 희망 시기'에서 56.7%(101개 사)가 '즉시'라고 응답했으며, '1~3년 후'와 '3년 이후'가 각각 12.4%(22개 사), 1.1%(2개 사)를 차지했다. 즉시 시작해야 한다고 응답한 기업의 절반(50.9%)은 서비스업종이었다. 중국 측에선 한반도와 가까운 위치에 있는 선양, 상하이, 칭다오에 위치한 기업에서 '즉시'를 선택한 비중이 높았으며, (각각 82.4%, 42.9%, 42.1%) 기계류, 금속 및 비금속, 식품가공, 석유화학 등 제조업 기업이 대다수였다. 이는 양국이 무역상 밀접한 관계에 있으나, 최근 경기침체로 수출 규모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