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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본회의, 농민 지원은 세금으로?..'자발적' 기부금으로?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37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보완 촉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있다.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37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보완 촉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있다.

정부, 더이상 농민에 10조 원 씩 지원 못한다

한중 FTA 비준동의안에 이어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FTA 비준동의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준동의안은 재석 의원 265명 가운데 찬성 196명, 반대 33명, 기권 36명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지난 11월 협상이 타결된 이후 1년 만에 연내 발효를 위한 조건이 모두 갖춰졌다. 정부는 협정의 올해 내 발효를 위해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비준 재가와 공포까지 일련의 행정 절차를 늦어도 20일 이내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국 저가 농산물이 국내로 유입될 거란 걱정에 농민들은 시름에 잠겼다. 정부는 한중 FTA 타결 과정에서 농수산물 시장 개방을 최소화했다고 주장한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농수산물 가운데 수입액 기준 60%를 일정기간 후 무관세화 하는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했고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30%에 대해 양허 제외 지위를 확보했으며, 이외에 고추, 마늘, 양파, 사과, 감귤, 딸기, 수박, 복숭아, 배, 조기, 갈치, 쇠고기, 돼지고기 등 주요 농수산물, 간장·된장·고추장·메주 등 전통식품과 국내 생산기반 유지가 필요한 식품용 대두유·설탕·전분 등 가공식품도 양허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기존의 FTA로 인한 타격이 이미 적지 않다. 농민경제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에 평가한 한-미 FTA로 인한 농업부문 생산액 감소는 15년 차에 1조 2,354억 원, 15년 간 12조 2,252억 원 원이었으며, 연평균으로 8,150억 원이나 된다. 농민들이 불안감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한중 양국 무역에서 한국은 줄곧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나, 유독 농수산업은 일방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FTA 발효로 중국 농수산물에 대한 개방 폭이 넓어지면 그에 따른 농산물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부는 FTA로 생산 감소가 예상되는 밭농업과 임업 등 취약산업을 중심으로 시장 개방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주요 20개 밭작물 주산지에 밭 공동경영체 100개소를 육성하는 한편 지난해 56%였던 밭 기계화율을 85%까지 끌어올리는 등 밭농업 경쟁 강화에 1천165억원을 투입한다. 어업 분야에서는 어업인 소득·경영 개선에 674억원, 친환경 양식 직불제 도입 등 어선·양식어업 지원에 1천573억원을 지원한다.  또 시장 여건, 기상 상황 등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하락하거나 생산량이 줄어도 농가 수입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수입보장보험을 도입한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여야정 협의체가 조성할 예정인 1조 원 규모의 '농어촌 상생협력, 지원사업 기금'이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채워진다고 하지만, 사실상 '할당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부금은 세금과 달리, 근거와 산출기준이 모호해, 오히려 야당측이 주장해왔던 '무역이득공유제'보다 큰 폐단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무역이익공유제는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으로 인한 해당 산업별 순이익을 조사 분석하여 순이익이 발생한 해당 산업별로 일정 부분을 환수하여,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어업인을 지원하는 제도다.' FTA로 수혜를 입는 산업군이 피해를 입는 산업군에 재정적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한 여야와 사회 각층의 인식은 극단에 치달았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벌어졌다.

이익공유제를 찬성하는 측에선 성과배분제와 초과이익공유제, 농어촌특별세 등의 사례를 들어 산업 발전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반대하는 측에선 각 산업의 수익과FTA 간 인과관계를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FTA의 경제적 효과를 저감 하고, 헌법상 개인의 재산권 보장과 자유, 창의 존중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본 법안은 2014년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가, 지난해 11월이 되서야 한중 FTA의 농민 피해 보완대책 마련시에 논의하기로 했으나, 결국 폐기된 거나 마찬가지인 처지가 되었다.

이익공유제를 세금 형식으로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측에선 어느 기업이 FTA로 인해 더 많은 이익을 거두게 된다면 당연히 세금도 더 많이 내게 되므로, 정부는 이를 재원으로 통상적 세출 예산 절차를 거쳐 피해 농민을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엔 어느 쪽의 말을 따라도 이익 재분배의 형태로 농민을 지원하게 되는데, 이를 공식적인 세금으로 부과할 것인지, 아니면 비공식적인 기부금 형태로 받을 것이지가 다를 뿐이다. 정부는 매년 10조 원 이상을 농어민 생활 지원에 투입했지만,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은 더 이상 힘들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