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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로서의 위안화, SDR 편입은 세계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중국 위안화가 마침내 국제 기축통화의 대열에 합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0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워싱턴 D.C.의 IMF 본부에서 집행이사회를 열어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 편입을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위안화가 세계 5대 준비통화로 편입됐다는 의미이자, 국제 금융 무대에서 중국의 입지가 그만큼 높여졌음을 시사한다. 편입 시점은 내년 10월 1일부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집행이사회 결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위안화의 SDR 통화 편입은 중국의 세계경제로의 통합을 위한 중대한 이정표"라며 "위안화 편입은 세계 경제의 여건을 더 잘 반영하기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달러화와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에 이어 위안화가 5번째로 IMF의 SDR 통화 역할을 하게 됐다. 위안화의 SDR 편입 비율은 10.92%로 정해졌다. 이는 미국 달러(41.73%), 유로화(30.93%)에 이어 3번째로 높다.

국내 산업계는 1일 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 편입이 중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 물량 결제가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가 또다른 결제 통화로 자리 잡으면 달러 편중에서 벗어나 환율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 물량 결제는 90% 이상이 달러로 이뤄진다"며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면 위안화 결제가 늘어나 달러화 변동에 따른 피해에도 대비할 수 있다."라며, "중국 정부도 위안화에 대한 전세계 수요가 늘어나면 자국 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환경 역시 우리 기업의 대중국 교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성훈 박사는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중국 인민은행이 통화정책을 현행보다 좀 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중국이 자신들의 흐름에 맞춰 금리를 결정하는 등 룸(여지)이 생길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국경제가 살아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무역수출 34~35%가 중국을 상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는 수출 증가율을 반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기업들은 위안화의 SDR 편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놓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생산 설비를 갖춘 현대기아차 등 국내 기업의 경우 위안화를 기반으로 생산·판매를 하기 때문에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더라도 당장 큰 변화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SDR 편입에 따른 원·위안화 환율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려워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도 현재 원유 구매부터 석유제품의 판매까지 모두 달러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산유국인 중동이나 미국, 러시아 등에서 변화가 없는 이상 위안화의 SDR 편입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더라도 당장 우리 기업들이 결제 통화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제통화가 다양해지면 환 변동 위험을 축소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관리의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IMF 특별인출권(SDR)이란?

SDR는 IMF가 1969년 브레튼우즈 체제의 고정환율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가상 통화이자 보조적인 준비자산이다. IMF 회원국이 외환위기 등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질 때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과거 브레튼우즈 체제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설정한 금본위제를 채택, 금에 달러의 교환비율을 고정해두고, 다시 각국 화폐의 교환비율을 달러에 고정하는 고정환율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상적자 확대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금과 달러의 공급이 세계 무역과 금융시장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IMF는 보조적 성격의 준비자산인 SDR를 마련했다.

IMF 회원국은 출자 비율에 따라 SDR를 배분받고 보유한 SDR 규모 내에서 구성통화에 속한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4개 통화 중 하나로 교환할 수 있다. 각국이 보유한 SDR도 외환보유액으로 인정된다.

1973년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 이후 고정환율제도가 폐기되고, 환율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변동환율제도가 시행되면서 SDR의 중요성은 다소 퇴색했다. 그러나 SDR는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유동성 위기에 빠진 회원국들의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유용한 도구로 재부상했다. 188개 IMF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출자비율은 1.41%, 투표권은 1.37%로 19위 수준이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위안화가 준비통화로 공식 인정을 받는 것으로 세계 5번째의 준비통화가 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준비통화는 회원국들이 필요시 SDR를 구성하는 통화로 언제든 교환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당 국가의 통화 위상이 그만큼 커졌음을 시사한다. 현재 SDR 준비통화에는 단 4개의 통화,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만이 포함돼 있다.

IMF는 지난 5개년도 수출 규모와 통화의 자유로운 사용 여부를 SDR 편입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이번 편입은 두 기준을 모두 충족했음을 시사한다. 또 각국 중앙은행들이 달러화나 유로화로 보유하던 자국의 외환보유액에 대체 통화가 생겼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신흥국들의 위안화 보유 비중이 증가할 수 있다. ANZ의 레이몬드 영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가 1999년 창설돼 바스켓에 포함된 이후 최대 변화"라며 이는 세계 경제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그동안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힘써왔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금융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2011년 글로벌 교역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을 앞섰다. 작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0조달러를 돌파해 구매력 기준으로 미국을 따라잡았다. 하지만, 중국 주식시장 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세계 시가총액의 7.6% 수준이며, 채권 시장의 시가총액 역시 세계 시가총액의 5.4%에 그친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거래 비중은 87%로, 금융시장의 달러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이는 미국의 통화정책에 중국이 끌려 다닐 수 있다는 의미로 자국의 정책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통화의 위상은 중요했다. 위안화 SDR 편입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일시에 중국시장에 대거 유입되지는 않겠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과 연기금, 국부펀드 등에 위안화 자산비중도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