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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의 조건... 위안화는 신뢰할 수 있는 돈인가?

위안화 환율은 조작되었는가?

국제통화기금(IMF)은 30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워싱턴 D.C.의 IMF 본부에서 집행이사회를 열어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 편입을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위안화가 세계 5대 준비통화로 편입됐다는 의미이자, 국제 금융 무대에서 중국의 입지가 그만큼 높여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한국에게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 물량 결제가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가 또 다른 결제 통화로 자리 잡으면 달러 편중에서 벗어나 환율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또한 SDR 편입 이후 중국 인민은행이 통화정책을 현재보다 자유롭게 구사할 여지가 생겨 중국 경제가 살아난다면, 무역 수출을 34~35%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은 수출 증가율을 반등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사용될 만큼 신뢰할 수 있는 통화인지에 대해선 아직 논란이 있다. 중국 정부가 수차례 위안화 환율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SDR는 IMF 회원국이 외환위기 등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질 때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따라서 준비통화는 회원국들이 필요시 SDR를 구성하는 통화로 언제든 교환이 가능해야 하며, 사용자의 해당 통화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어야 한다. 기축통화의 환율이 조작되었거나 일관적이지 않은 경우, 통화 가치가 교환 이후에도 보전될 거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8월 중국이 이틀에 걸쳐 위안화를 3% 이상 평가절하 한 것에 대해 "당국의 인위적인 환율조작이 미국 경제와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이전에도 위안화가 과도하게 저평가되어 있다는 이유로 환율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중국을 압박해 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은 "최근 수년간 중국은 규칙을 어기고 환율로 장난을 쳐 미국 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밀어냈다"며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이런 방식을 바꾸기는커녕 오히려 두 배나 위안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과 미국은 위안화 환율을 둘러싸고 고질적인 갈등을 보여왔다. 특히 대중 무역에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은 위안화 저평가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미 의회가 환율조작 국가의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중국은 자국을 겨냥한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통화 가치 조작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통화 시장 개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중국 자본 흐름이 국내 유입보다 타 국가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 결과 중국 국제수지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다. 이득을 얻기 위해 환율을 조작했다고 몰아가기엔 무리가 있다. 또한 중국 통화 가치가 과거와 달리, 1인당 실질 국민소득이 1만 달러 정도 되는 국가가 가질 수 있는 정상적인 범위 안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의회는 매년 4월과 10월에 양자 간 무역 수지를 기반으로 환율 조작 국가를 지정한다. 하지만 몇 차례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위안화를 변동환율 시스템에 맡기면 오히려 중국 통화가 평가 절하돼 국제시장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중국 정부는 임의로 위안화 환율을 절하했고, 앞으로도 평가절하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위안화를 신뢰할 수 없다고 공격했지만, 결국 SDR 편입에까지 성공해버렸다. 중국의 거대한 경제 규모와 교역량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환율 조작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 개입이 다양한 사례와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통화가치 조작을 개념적으로 정확히 정의하는 것은 무쳑 어려운 일이다. 정치외교적 의도가 혼재되어 있을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