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유럽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양적 완화안을 발표한데 대해 국내 산업계는 3일 우리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손익 계산에 분주했다.

ECB의 양적완화 정책이 유로존 경기 부양 효과를 내면서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과 환율에 따라 유로화 약세가 심화되면 유로존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렸다.

 그는 또 "한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긴축에 들어가고 있고 유럽은 정반대로 양적완화로 유동성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므로 미국에서 빠져나갈 돈이 유럽에서 대체되는 방식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그는 "산업별, 기업별로 유로화 결제 비중, 현지 생산 비중에 따라 받는 영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유럽과의 관계에 따라 업종별 희비가 갈릴 것으로 바라봤다.

김 박사는 "유럽 현지 내에 수출기반을 갖고 있는 기업은 유로화 환율이 약화된다고 해서 나쁜 영향을 받을 일은 크게 없을 것"이라며 "반면 국내에서 모든 걸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고 대금 결제가 유로화로 이뤄지는 수출 업종이나 기업들은 채산성이 악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ECB의 양적완화 결정에 대해 "양적완화 흐름은 이미 이전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도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양적완화에도 유럽 경기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거나 테러 등 외부 위협이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의 대(對) 유럽연합(EU) 수출도 부진이 깊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수석연구원은 ECB의 양적완화 결정과 관련해 환율과 중국 수출 요인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결정으로 유로화 약세가 심해지면 유럽 내 우리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나빠질 수 있다"며 "일본은 이미 유럽과 비슷한 기조로 양적완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 제품이 현지 시장에서 유럽 제품은 물론 경쟁 관계인 일본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화 약세는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의 대유럽연 합 수출은 중국 전체 수출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에 큰 시장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 실적의 4분의1 가량을 중국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52%가 가공무역이다. 대 중국 가공무역을 통해 EU로 수출되는 비중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1% 정도 되는 셈이다.

문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2.1%는 결코 작은 비중이 아니다"라며 "ECB의 양적완화는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가공무역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안령 코트라 구미팀 대리는 "ECB의 양적완화가 미국의 금리인상과 맞물리면 유럽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자금이 미국으로 쏠릴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신흥국의 자금 유동성이 떨어지고 빚 부담이 늘면서 수출 여건도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이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유럽경제는 역내 무역이 전체의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라 우리나라의 수출에 당장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안 대리는 "하지만 양적완화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유럽 경기가 회복되지 않게 되면 우리나라도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기업은 현지에 직접 진출해서 수출하거나 인수합병(M&A) 등의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은 업종별로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전자업계에서는 유럽의 양적완화로 금융 및 외환시장에 변화가 있겠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와 같은 글로벌 제조 기업들은 거래통화 다변화, 글로벌 해외 현지 생산기지 구축 등으로 평소 환율 변동에 대비해 왔다.

또 전자업계는 유럽 양적완화로 현지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했지만 유로화가 약세가 되면서 원화로 환산한 가격이 내려가면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는 점은 우려했다.

자동차업계에서도 경기부양 효과로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는 점은 도움이 되겠지만 유로화 약세가 유럽 자동차 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해 상대적으로 현대기아차 등 국내 수출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금리인하는 곧 유로화 약세의 장기화를 의미하는데 일본 업체가 엔저 효과를 등에 업고 세계시장 판촉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유럽업체들까지 유로화 약세 효과를 본다면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내면서 위기에 처한 조선업계는 유럽에 선박 최대 발주사들이 집중돼 있는 만큼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금리 인하 기조로 간다면 유럽 경제의 회복세로 이어질 수 있고 선박 최대 발주사인 유럽 선사들에 긍적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원유나 석유제품 결제가 달러화로 이뤄지는 만큼 유럽의 양적완화 정책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유로화 약세로 인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업계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