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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결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안... 금리보단 환율 정책 활용해야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미국이 9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워싱턴D.C. 본부에서 진행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0.25%∼0.50%로 0.25% 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2006년 6월 이후 9년 6개월만의 첫 기준금리 인상이다.

그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넘치면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누렸지만, 이번 금리 인상과 함께 자금이 한꺼번에 빠질 우려가 커졌다.

한중일은 동아시아 3국으로 묶이지만, 경제여건이 다른 탓에 미국 금리인상 대응 방안도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각국의 정책선택을 비교 분석하면 미국 금리인상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다.

우선 차이점을 보자면, 일본은 국제통화를 가지고 있으나, 중국은 위안화의 IMF SDR편입이 막 확정된 상태고, 한국 원화는 비교환성이다. 환율 역시 일본과 한국이 변동환율제도 (시장에서 환율이 결정)를 선택한 것과 달리, 중국 위안화는 고시환율제도를 선택했다. 따라서 한국이 비교환성 통화를 가진 탓에 외환시장 개입에 의해서만 환율을 변동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일본과 중국은 외부의 개입이 없어서 환율을 인상할 수 있다. 일본은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를 간접적으로 평가절하 시킬 수 있고, 중국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환율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응 정책

과거 사례를 보면, 중국은 고정환율을 유지한 덕에 미국의 금리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시기엔 오히려 금리를 인하했으며,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는 시점엔 위안화 가치 절상을 결정했다. 정부가 자본을 통제하고 있어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필요 없이 환율로만 대응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금리를 움직여 대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완화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과 증시에 버블이 발생한 탓이다. 현재 지속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저성장과 자본유출은 지난 6월 중국 증시 폭락으로 가시화되었다. 자본유출로 인해 외환보유고는 급속히 감소하고 있으며, 주가도 큰 폭으로 낙하했다. 이에 리커창 총리는 신창타이라 불리는 뉴 노멀, 내수위주 성장을 천명했다. 저성장 국면에 맞춰 내실을 키우는 방향으로 국가 경제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인구수는 많지만, 1인당 GNP가 낮아 성장 속도엔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위안화 국제화 등 금융 시장 개방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자본통제를 하고 있어 정책 당국의 혼란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도 있다.

일본의 대응 정책

한편 일본은 엔화가 국제통화인 덕에 통화 가치를 급속히 쳥가절하할 수 있었다. 1994년 미국 금리인상 이후에도 1997년까지 엔화를 50% 이상 평가절하해 대응했고, 이후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는 동안 금리를 0.5% 높였다. 이는 일본 경제의 대외건전도가 높고 외환보유고가 충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대외적 충격에 금리가 아닌, 환율로 대응해 대외적 균형을 잡은 것이다.

2013년 경 미국의 양적완화로 달러 약세가 이어지자, 일본은 엔화 평가절상을 막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엔화가 국제통화인 것에 양적완화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고, 덕분에 한중일 3국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반면 국제통화가 없는 한국은 무리하게 양적완화를 시도했다가 오히려 부동산과 주가 버블만 형성하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상황은 애매하다. 원자력 발전소 중지로 전력을 화력발전에 의존하며 대량의 원유를 수입해 무역수지가 악화되었으나, 디플레이션 장기화로 물가가 낮아져 양적완화시 인플레이션 위험이 적었고, 그 덕에 엔화는 1달러당 75엔에서 120엔 대로 60%나 평가절하 되었다.

엔화 약세로 기업 수익은 증대되었고, 기업 주도로 임금인상을 이루며 내수 회복세가 이어졌다. 주머니가 넉넉해진 기업은 수소배터리 등 신성장동력에 대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한국의 대응 정책

한편 한국은 미국 금리인상에 금리정책으로 대응했다. 1994년 금리인상땐 원화를 평가절상했다가 경상수지 적자가 악화되자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환율을 18%정도 높였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의 50% 수준 절하보다 낮아 수출경쟁력이 급속히 악화되었고,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며 외환위기로 이어졌다. 2004~2007년에도 일본이 엔화를 14% 평가절하 한 데 비해, 한국은 원화가치를 오히려 18% 평가절상해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 같은 경향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 일본, 중국과 달리 대외 충격에 금리정책으로 대응해 왔다. 미국이 금리를 높였을 때 금리를 내린 배경은 국내 경기부양을 우선했기 때문이며, 환율을 높이지 않은 이유는 저금리에 고환율 정책을 사용할 경우 물가상승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외균형보다 국내 경제를 우선시하는 정책은 항상 위기를 초래했다.

정책 대응은 금리보단 환율을 중심으로

이번 금리인상을 앞두고 한국은 저금리와 저환율을 병행하는, 종전과 같은 정책대응을 하고 있다. 이전과 다른 점은 원유 가격 하락과 경기침체로 인한 수입 감소로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져 있다는 점이다. 또한 단기 외채가 관리된 덕에 대외건전도도 높아져 있다. 그러나 대중국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 중국 경제 경착륙시 수출 감소로 인해 대외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높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우선 대외적 충격을 버티고 대외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환율 정책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자본유출 방어를 병행해 대내균형을 관리해야 한다. 즉, 추가적 저금리 정책은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은 경우 외엔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부동산과 주가버블은 물론, 가계부채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원화 금리인상 시기는 미국 금리인상 속도와 폭에 대응해 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