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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닛 옐런' 연준 의장, '직감'보단 '데이터' 중시하는 리더... 능력은?

제닛 옐런 연준 의장
제닛 옐런 연준 의장

금리인상 속도 '점진적이고 타당한 수준보다 낮을 것'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16일(현지시간) 9년반만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향후 금리 인상속도를 "점진적"으로 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남겼다.

연준은 이틀간의 정례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통화정책의 입장은 이번 금리인상 후 시장 순응적으로 남을 것"이라며 "향후 기준금리 목표치 조정의 시기와 폭은 완전고용 및 물가 2%의 목표와 관련된 경제상황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물가가 목표치인 2%에 못미치는 점을 고려해 연준은 물가 목표를 향한 진척 상황을 신중히 점검할 것"이라며 "경제여건을 보면 기준금리는 점진적으만 올리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는 당분간 장기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수준보다 낮게 유지될 것 같다"며 "기준금리의 실제 향방은 경제데이터에 입각한 경제 전망에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이처럼 향후 금리인상의 속도를 "점진적" 또는 "당분간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수준보다 낮게" "순응적" 이라며 경제여건에 맞춰 조정할 것을 분명히 함에 따라 향후 금리인상의 기조는 보수적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마켓워치는 "연준이 성명에서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차례 금리인상의 속도가 '점진적'이 될 것이라며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말까지 서너차레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해 최대 1.50%수준까지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의 옐런', 금리인상과 함께 시험대에 오른다

연준을 지휘하는 제닛 옐런 의장은 '정통파'로 꼽힌다. 직관이나 감각에 의존하기보다는 지표와 이론에 철저히 근거해 경기예측을 하고 정책운용을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이 금리인상의 시점을 판단하기 위해 질적 고용지표를 담은 일명 '대시보드'(dashboard·계기판)를 활용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고용시장 회복이 인플레 압력을 촉발한다는 이론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물가가 오른다는 1958년의 고전적 경제이론인 '필립스 곡선'이 그가 가장 신봉하는 경기예측의 틀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경제계에서는 현재 미국과 세계경제가 지닌 '복잡성'으로 인해 이 같은 전통적 경제이론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일례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많은 경제학자는 실업률이 치솟자 물가가 떨어지리라 예측했으나 빗나갔고, 실업률이 떨어졌을 때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봤지만, 이 역시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옐런 의장은 고용시장의 회복 움직임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론적 확신과 '대시보드'를 토대로 이번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당장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의 고용회복세로 볼 때 곧 연준의 목표치(2%)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옐런 의장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현실 속에서 이론과 '데이터'에 의존하는 옐런의 경기예측력이 100% 정확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때로는 정책결정권자로서의 직관이나 통찰력이 발휘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옐런의 정책운용 스타일이 1987년부터 네 차례 연준의장을 역임했던 앨런 그린스펀과 대조를 이룬다는 평가가 나온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6년 9월 금리인상 여부를 놓고 그린스펀 의장과 옐런은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준 의사록에 따르면 옐런 당시 이사는 금리 인상에 찬성하며 "인플레이션 조짐이 있는 걸로 분석된다"는 의견을 냈으나, 그린스펀 의장은 금리 인상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미국의 생산성이 올라가고 있는 사실에 주목했던 것이다. 실제로 금리 인상 보류 이후 물가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당시 연준의 이사였던 앨리스 리블린은 그린스펀 의장의 결정을 "직감"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옐런과 함께 일했던 연준 전 이사인 랜덜 크로스너는 "옐런이 전통적 모델 이론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변호했다.  어찌 됐건 이번 금리 인상을 계기로 옐런의 경기예측력과 그의 전통적 모델 이론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금리 인상이 잘못된 결정으로 판명 날 경우 미국의 연준도 제로금리에서 벗어나려 시도했다가 실패한 유럽중앙은행이나 스웨덴·이스라엘·캐나다의 중앙은행들과 같은 처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다음은 옐런 의장이 그동안 내놓은 통화정책 관련 발언들이다.

    ▲전임자인 벤 버냉키 의장의 정책을 지속하겠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리세션(경기후퇴) 이후 경제의 건전성을 회복하고 금융제도를 강화하려는 정책이 크게 진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2014년 2월, 취임 후 첫 청문회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통화 정책은 미리 정해진 경로로 이뤄지지 않는다. 연준은 적절한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향후 고용 및 물가상승률 정보를 긴밀하게 예의주시할 방침이다. (2014년 8월 연준의 연례 경제정책회의 '잭슨홀 미팅'에서)


    ▲(연 방공개시장)위원회는 (기준금리) 정상화 절차가 앞으로 두 번(next couple of)의 회의가 열리는 동안 시작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2014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선제안내의 변경이 FOMC의 향후 두 번 정도의 회의에서 목표금리의 인상으로 반드시 이어진다는 신호로 읽혀서는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만약 경제 여건이 개선된다면 FOMC는 매 회의 때마다(meeting-by-meeting basis) 논의를 거쳐 어떤 시점에 금리를 올릴지에 대한 고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고려가 이뤄지기 전에 선제안내는 변경될 것이다. (2015년 2월 상원 은행위원회 상반기 통화정책 청문회에서)


    ▲올해 안 어느 시점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고용과 물가가 우리(연준)의 목표 수준에 도달했을 때까지 통화정책 강화를 늦춘다면 경제를 과열시킬 위험이 있다.

    연방기금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다음에는 정상화의 속도가 점진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방기금금리가 장기적인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2015년 5월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 지역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시장의) 관심이 가끔은 첫 연방기금금리 인상 시점에 너무 집중된다. 시장 참가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금리인상의) 경로여야 한다.

    우리(연준)는 (FOMC) 회의 때마다 0.25%포인트씩이라는 기계적인 경로를 따를 것이라고 절대 기대하지 않고 있다.

    연방기금금리를 올리는 데서 어떤 형태의 기계적 접근법도 따를 계획이 없다. (2015년 6월 FOMC 정례회의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경제 상황이 현재의 기대 대로 전개된다면 연내 어느 시점에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하는데 적절할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금융위기의 트라우마로부터 (미국) 경제가 얼마나 치유됐는지를 시사할 것이다.

    연방기금금리를 처음 인상하고서도 상당 기간은 (시장에) 매우 순응적인(highly accommodative) 정책이 이어질 것이다. (2015년 7월 하원 금융위원회 하반기 통화정책 청문회에서)


    ▲올해 말까지는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

    나와 (FOMC) 위원들이 금리 인상에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

    경제가 놀랄 정도로 바뀐다면 우리의 판단은 바뀔 수 있다. (2015년 9월 매사추세츠대 강연에서)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살아있다. (2015년 11월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고용시장에서의 진전은 장기적인 물가상승 추세가 합리적으로 잘 형성돼 있다는 내 판단과 함께, 에너지와 수입물가 때문에 발생하는 물가하락 효과가 완화될 때 물가가 목표치인 2%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내 믿음을 뒷받침한다.

    위 원회 참가자들(FOMC 위원들)은 고용이나 물가 동향이 연준의 목표치에 가까워졌다 하더라도 당분간 경제 여건 때문에 위원회(FOMC)에서 장기적인 정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가 유지될 수 있다. (2015년 12월 4일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