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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 창당, '정치적 낭비' 줄이기 위해 유념해야 할 것들

무소속 안철수 의원
무소속 안철수 의원

다당제의 단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현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난 21일 독자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안 의원의 행보가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진 아직 장담할 수 없지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것은, 야권 내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팽배했다고도 볼 수 있다. 어찌 되었든 대한민국의 정치 구도는 말 그대로 '다당제'가 되었다.

현 구도는 여당인 새누리당과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등 기존 정당에, 천정배 의원의 신당인 국민회의당, 안 의원의 신당, 이외에 수개의 원외정당이 난립하는 모양이 되었다. 한동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쟁에 정의당이 참여하는 정국이 계속되었지만, 야권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새누리당이 차지하는 의석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아진 모양새가 되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이미 여러 갈래로 추진 중인 신당을 하나의 단일한 신당으로 통합해야 한다"며 이른바 '제3지대 원샷 통합'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다당제는 국민의 다양한 정치 의지를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정당 난립에 의한 정국 불안정 초래 가능성과 정치적 타협에서 비롯하는 비능률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는 것으로 연구되기도 했다. 현재와 같이 여당이 독주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선, 입법에 다양한 의견을 담는 것도 어려워져, 오히려 단점만 부각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박 위원 역시 "안 의원이 제기한 신당의 목표와 가치, 비전은 다른 신당 추진 세력과 다르지 않다"며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한자리에 모여 협의하고 논의한다면 얼마든지 단일한 통합신당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새민련 비주류 수장 격인 김한길 전 대표 역시 안 의원과 신당을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당직을 가진 현역 의원 10여 명도 함께 탈당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신당 창당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치학자 사르토리는 온건한 다당 체제 하에선 정당 간 이데올로기 거리가 비교적 작으며, 대체적 연립정권이 존재해 구심적 경쟁 양상을 보이는데 반해, 분극적 다당 체제 하에선 반체제 정당이 존재하고, 극좌와 극우 쌍두 야당과 더불어 중간 정당이 존재하게 되나, 원심적 추진력이 강해진다고 분석했다. 신당이 초래할 정치 구도를 이 틀에 끼워 넣어 분석하기엔 아직 이르나, 과거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열리우리당 체제의 사례를 미루어 봤을 때, 분극적 다당체제에 더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다당체제 하의 정당은 선거에서 상호 경쟁적인 태도를 보이나, 때로는 연립을 시도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경우 우파나 좌파연합이 2차 투표에서 한명의 후보자에게 표를 몰아주고 선거 엽합을 꾀하는 현상은 흔하게 나타난다. 그들의 정책 지향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정당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연정 구성을 위한 조합 수도 많아지며, 정치적 협상도 그만큼 복잡해진다.

정치적 낭비 줄이려면.. '합의 지향' 태도가 필요하다

연세대학교 안병영 정치학 교수는 논문 <다당제 의회의 문제와 과제>에서 다당 간 보다 나은 협력체제 형성을 위한 5가지 조건을 발표했다.

첫째는 각 당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체성은 인물, 배경 중심이 아닌, 정책 정당으로서의 위치정립을 말한다. 정강과 정책으로 표명된, 국민에 대한 정치적 약속 기대에 부응하는 형태로 정당이 기반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협상과 타협이 필요한 정치적 관형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당의 정체성 바탕 위에 타당과의 정책 및 이익 조정이 시도되어야 한다. 여기엔 승부 지향적 경쟁적 태도보단, 합의를 지향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셋째는 보이는 정치와 보이지 않는 정치 간 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밀실' 혹은 '사과박스'로 표현되는 정치적 낭비가 남용된다면, 다당제 의회는 엄청난 정치적 비용과 정치 세계의 오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넷째는 정치지도자들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대통령은 국가원수의 지위를 통합해 통치권을 민주적으로 형성하고, 여야 협력을 매개할 책임이 있다.

다섯째는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를 펼쳐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의 뜻을 빙자해 당리당략을 취하려는 정치지도자들은 이제 연립 정치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