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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대체부지 어디로 결정날까?...울상 짓는 지자체들

정부는 10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다. 11일 개성공단 입주 의류임가공업체인 (주)화인레나운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 사무실에 원단이 쌓여있다. 2016.2.11
정부는 10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다. 11일 개성공단 입주 의류임가공업체인 (주)화인레나운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 사무실에 원단이 쌓여있다. 2016.2.11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체부지를 알선할 경우 기존 산업단지의 미분양 용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1일 "산단을 새로 조성해 대체부지로 제공하기는 어렵다"면서 "기존 산단의 미분양 용지에 (기업들을) 수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주기업들이 원하면 최대한 빨리 대체부지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 산단을 중심으로 후보지를 살펴보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대체부지를 원하는지 수요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체부지를 제공할지 등) 정부 차원의 방침이 정해지면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개성공단에서 사용하던 설비를 이전해오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 (대체부지를 제공해도) 공장 등을 설치하는 비용이 또 든다"며 "가동 중단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면 (기업들이) 대체 부지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124개다. 개성공단 1단계 면적은 330만㎡(100만평)이며 여기서 미사용 토지 등을 뺀 실제 생산·상업활동이 이뤄지는 토지는 약 83만∼84만㎡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날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지원할 '개성공단 기업 종합지원센터'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에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참여하는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오후 5시께 긴급이사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금강산 관광재개 '오매불망'...무너진 강원도의 꿈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전국 자치단체들의 남북교류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관광,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 사업은 남북관계가 회복 때까지 일단 멈춰 설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는 지난해 11월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을 계기로 7년째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오히려 상황이 나빠졌다. 고성군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관광객이 연평균 210만명씩 줄고 지역에서 발생한 피해만도 2천426억원에 이른다. 도는 올해 민간인통제선을 북쪽으로 5㎞ 올려달라고 국방부에 건의하는 등 군사규제 완화를 위한 공론화 작업에 돌입하기로 했지만 역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문순 지사의 공약인 철원평화산업단지 조성도 사업 우선순위에서 멀어질 공산이 크다. 이 사업은 개성공단의 역(逆) 개념으로 남북한 인력이 비무장지대를 오가며 교류하는 새로운 형태의 남북경협산업단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철원지역 군의원과 사회단체장 등이 남북 교류 시대에 대비해 이달 중 '철원평화산업단지조성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하고 지난달 발기인대회를 열기도 했으나 무산 위기에 놓였다. 통일시대 선도를 위한 7개 남북 강원도 교류협력사업, 말라리아 공동방역 및 산림 병해충방제 등 인도적 지원사업과 기후변화대응 산림자원조성, 금강산 공동영농협력 등 농·수·산림협력사업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강원도 관계자는 "도 현안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며 "하지만 남북관계를 계속 주시하면서 지속적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대응책을 찾아 남북관계가 완화하는 상황에 맞춰 남북교류사업이 즉시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스포츠 교류, 인도적 지원사업도 '휘청'

강원도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과 공동응원단 구성을 논의할 방침이었지만 큰 난관에 부닥쳤다. 이달 중 중국 개최를 목표로 추진하던 인천유나이티드FC와 평양 4·25 축구단의 친선 축구경기는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인천유나이티드와 평양 축구단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2월에 중국에서 친선경기를 가졌지만 올해는 남북관계 악화로 3년 만에 친선경기 명맥이 끊기게 될 조짐이다.

인천 계양구청 양궁팀과 북한 4·25 체육단이 참가하는 '남북 활쏘기 대회'도 무산됐다. 인천시는 올해 강화도조약 체결 140주년을 맞아 남북 공동 학술대회를 추진해 왔지만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시는 강화도 조약이 일본 강압에 의한 불평등 조약이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조약인 점에 주목하고 조약의 의의와 특성, 조약 체결이 당시 동북아 정세에 미친 영향 등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광주시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에 맞춰 북한예술단 초청 등 문화예술 교류를 추진할 예정이었다. 양궁을 중심으로 장비 지원, 지도자 방북을 통한 훈련지도, 남북 합동전지훈련, 북한선수 초청 친선경기 등 스포츠 교류로 지난해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북한 선수단 참가 무산의 아쉬움도 달랠 계획이었으나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전남도는 민선 6기 들어 남북한 땅끝 지역이 있는 상징성을 고려해 전남도와 함경북도간 '땅끝 협력' 사업을 수립, 추진중이다. 특히 함경북도 산모와 불우이웃에게 미역과 쌀을 보내는 등 인도적 사업도 계획했지만 차질을 빚게 됐다.

경북도는 올해 남북 실크로드 학자대회를 추진했으나 지난달 북한의 수소탄 실험으로 전면 중단됐다. 통일부의 북한주민접촉 승인을 얻어 북한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었으나 이미 받은 승인도 북한의 수소탄 실험으로 없던 일이 됐으며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충남도는 올해 아산에서 열리는 제97회 전국체전 북한선수단 초청과 개회식 북한 예술단 참가를 추진해왔다. 사상 첫 북한선수단 체전 참가로 남북 스포츠교류의 획을 긋는다는 야심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이밖에 도가 추진하던 8·15 광복절 기념 15세 이하 청소년 축구대회와 남북화합 평화통일 줄다리기, '통일인삼' 사업 등의 교류사업도 직격탄을 맞게됐다.

오는 9월 청주에서 열릴 '2016 청주 세계 무예마스터십 대회'를 앞두고 충북도는 북한팀 초청을 추진해 왔다. 도는 북한의 태권도와 씨름팀 초청을 추진하면서 가능하면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도 관계자는 "남북관계에 변화가 생긴다면 몰라도 현재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지경"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