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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는 “유통” 최저가 전쟁… 생필품 물가 하락 ↓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전체 물가에 비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치열한 가격 경쟁 영향으로 일부 생필품은 오히려 1년 전보다 더 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www.kosis.kr)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110.46으로 지난해 같은 달(109.38)보다 1.08% 올랐다. 하지만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는 주요 생필품 가운데 물가가 떨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종이기저귀와 분유의 경우 1년 사이 각각 0.06%(112.28→112.22), 7.5%(117.18→108.39) 품목 물가지수가 하락했다.

이 밖에 세탁세제(-7.5%), 키친타월(-5.22%), 섬유유연제(-12.8%), 냉동식품(-1.04%), 샴푸(-0.03%), 구강세정제(-0.71%) 등도 전반적으로 시중 유통 가격이 더 저렴해졌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는 약 2만 6천개 전국 소매 점포와 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 시점의 실제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아직 온라인 유통업체 가격이 직접 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에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온라인 유통업체의 가격이 직접 물가지수에 반영되지는 않고 있지만 최근 치열하게 전개되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최저가 경쟁'이 주요 생필품 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수년간 소셜커머스를 포함한 온라인 쇼핑몰들이 '생존'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가격 인하 경쟁을 벌여왔는데 올해 2월부터는 오프라인 대형마트들까지 본격적으로 이 싸움에 뛰어들면서 대표적으로 경쟁이 심한 품목들의 물가지수에서 서서히 가시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정대로 통계청이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심의 물가지수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 말 주요 온라인 쇼핑몰 가격을 반영한 '온라인 물가지수'를 공표하면 유통업체 간 최저가 경쟁이 소비자의 생필품 체감 물가에 미친 충격은 더 뚜렷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실제로 '생필품 가격 역주행' 양상은 10원 단위 가격 경쟁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온라인 시장 가격 추이에서 더 확연하다.

일례로 소셜커머스 티몬(www.tmon.co.kr)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티몬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화장지·세제 등 핵심 생필품 10여 가지의 최저가를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한 결과 최대 17.5%, 평균 7.3% 낮았다.

아울러 1년 새 가격 인하 폭이 가장 큰 제품은 리큐 액체세제(리필·2ℓ)로, 지난해 4천280원이었던 최저가가 올해 3천530원으로 17.5% 싸졌다. 쌀(10㎏) 가격도 같은 기간 2만 1천500원에서 1만 8천900원으로 12.1% 떨어졌고, 햇반(210g·11.5% 인하), 백산수(2ℓ×12·9.2% 인하), 동원참치(100g·6.2% 인하) 등의 가격도 하락했다.

이미 지난해 기저귀 등 육아용품 할인과 빠른 배송으로 큰 인기를 얻은 쿠팡(www.cupang.co.kr)에서도 기저귀 하기스 매직팬티 대형(4단계)과 특대형(5단계) 1장당 가격이 올해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에만 각각 2%(309.77원→303.33%, 389.44원→381.39원) 더 떨어졌다.

분유의 경우도 임페리얼 XO 4단계(3개입)와 앱솔루트 명작 3단계(3개입) 100g당 가격이 같은 기간 각각 2.2%(2천308.33원→2천258.33원), 2.8%(2천200원→2천137.50원) 추가 하락했다.

이처럼 가격과 배송을 무기로 젊은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빠르게 유통 시장을 잠식하자 전통 유통채널 이마트도 지난 2월 18일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싸게 기저귀를 팔겠다며 '최저가 전쟁'을 선포했다.

동종 대형 할인점 업계 경쟁사보다 최대 35% 싸고,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업체와 비교해도 15%나 저렴하다는 게 당시 이마트의 설명이었다. 이후 이마트는 분유, 여성위생용품(생리대), 참치캔, 스팸, 샴푸, 세탁세제, 주방세제로까지 최저가 할인 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한편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통계청 집계 전체 물가지수는 올랐지만 주요 생필품 가격이 떨어진 것은 유통업계에서 그만큼 이 품목들의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며 "가격이 오히려 뒷걸음 하는 기저귀, 분유, 세제 등 품목들은 대형할인점 입장에서도 매출 비중이 크고 집객(고객을 끌어모음)에 매우 중요한 상품들이라 온라인 쇼핑몰을 끊임없이 견제해야 하는 만큼 쉽게 가격을 다시 올리기 어렵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