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4.13 총선] 호남 완패에 궁지 몰린 문재인. "더민주는 이겼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0대 총선 결과를 놓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였다. 당 전체적으로 보면 승리의 미소를 지어야 하겠지만 정치생명까지 걸고 나선 호남 선거전에서 완패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당내 논란 끝에 호남 선거전 지원을 결정한 후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한 바 있어 광주에서 의석 8개를 모두 뺏기는 완패를 당해 정치생명까지 던져야 하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문 전 대표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호남 선거전이 불리한 상황에서 반전을 위한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자충수에 빠져 고심하게 된 상황이다. 더민주의 고전이 반문(반문재인) 정서에 기인한다는 평가가 적지않던 상황에서 결자해지와 정면승부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승부수가 자충수가 된 셈이다.

이번 4.13 총선의 호남 민심은 철저하게 더민주를 외면했다. 호남 28개 선거구 중 더민주 후보가 승리한 곳은 적어도 7~8곳을 될 것이라는 당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는 물론이고 문 전 대표가 직접 해당 선거구를 방문해 지원한 곳 중 승리한 곳도 극히 일부에 불과할 정도.

결과적으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남방문을 강행한 것이 호남 선거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비판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대선주자로서도 독약이 돼 버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의 방문이 광주 전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영향이 전혀 없진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 측에서는 호남과 별개로 더민주가 전국 선거전에서 선전한 데는 호남 뿐만 아니라 험지와 격전지 위주로 유세 지원에 나선 문 전 대표의 역할을 일정 부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문 전 대표가 분당 상황에서 더민주의 구원투수로 김 대표를 전격적으로 영입하고, 이후 고비 때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며 '김종인 체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정계은퇴 배수진을 친 채 지역구 투표는 당선 가능한 더민주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전략적 투표를 호소한 것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과 자신의 출신지인 부산·경남(PK) 득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더민주의 불모지인 PK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 역시 문 전 대표의 영향력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호남에서의 배수진이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PK에서 대약진하는 결과로 연결된 측면이 있다"며 "호남의 결과에 대해 엄중하게 바라보지만 문 전 대표의 희생이 불러온 긍정적 효과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당분간 서울에 머물 계획이지만 총선 결과에 대한 즉각적 입장 발표 대신 숙고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호남의 지지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지지율 1위인 후보가 과연 스스로 정계은퇴를 결정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 전 대표 측은 "문 전 대표가 총선 결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며 "거취는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서 뭐라고 언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