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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속 외환시장, 롤러코스터탄 Ұ·$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일본 정부가 잇달아 엔저를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발언을 쏟아내며, 추가 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부풀렸지만 결국 일본은행(BOJ)이 현행 정책 유지를 선언했다.

이런 실망감 속에 110선을 회복했던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7엔 선으로 폭락했다.

일본 엔화 가치는 1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미국 달러 가치는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되면서 다시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외환시장이 혼돈에 빠진 것은 전날인 28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나오면서부터다.

일본은행은 당초 시장의 기대와 달리 정책금리를 현행 -0.1%로 동결하고 자산매입 규모도 그대로 유지했다.

추가부양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가까스로 진정됐던 엔화 가치는 다시 급등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28일 장중 111.88엔에서 3% 이상 폭락하며 107.92엔을 터치한 데 이어 29일 오전 10시 32분에는 달러당 107.08엔까지 기록했다.

이는 엔화 강세 현상이 심했던 이달 초보다도 더 낮은 환율로, 2014년 10월 22일 이래 최저치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엔화 가치가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이번 주에만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4.1% 떨어지면서 2008년 10월 24일 이래 주간 기준으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면서 달러 가치가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 달러 지수는 이날 장중 1,162.29까지 떨어지면서 2015년 5월 이래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전 세계 10개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낸다.

달러가 계속 약세를 보이는 것은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향후 인상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2월까지만해도 미국의 낙관적 경제 전망 속에 4월 금리 인상에 기대를 키웠지만, 한달 새 애틀란타 연준이 미국 1분기 성장률을 0.3%로 전망하는 등 경제 전망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연준은 4월 FOMC회의에서 다시 한 번 금리 동결을 결정했고, 오는 6월에 금리인상에 대한 힌트도 내놓지 않으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짓눌렀다.

28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간 기준 0.5%에 머무르면서 6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멀어졌다.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6월 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21%에서 12%로 대폭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악재 속에 엔화 가치 고공행진과 위안화 대폭 절상 결정까지 겹치면서 달러 가치는 계속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56% 내린 달러당 6.4589위안으로 고시했다. 기준환율 하향조정은 위안화 가치를 그만큼 올린다는 의미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이처럼 절상한 것은 2005년 7월 22일 2.01%를 절상한 이래 10년 9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005년 7월이 중국이 달러 페그제를 버리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시점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면 사실상 변동환율제 적용 이후 가장 큰 절상 폭이다.

외환 애널리스트 대부분은 전날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달러는 떨어지면서 위안화 가치가 크게 오를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처럼 큰 폭의 절상은 예상범위 밖의 일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리스 팡 나티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달러 대비 주요 통화의 환율 변화에 발맞춰 기준환율을 고시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 통화 환율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원화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10.1원 급락(원화가치 상승)했다.

이날은 장 초반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전날보다 1.1원 오른 1,139.3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