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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모를 엔화 강세, 달러당 106엔 진입···1년 6개월만에 최저치

일본은행이 현행 정책 유지를 선언한 이후 다시 엔고의 공포가 시작됐다.

110선으로 올라섰던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2일 달러당 106엔선 붕괴를 위협할 정도로 떨어지면서 일본 주식시장의 닛케이지수가 전거래일보다 3.1% 급락 마감했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 하락은 엔화 가치가 그만큼 올라간다는 의미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28일 금융정책결정회에서 시장의 기대와 달리 추가 완화에 나서지 않은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27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달러화 약세와 엔화 강세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지난 주말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일본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오후 3시 57분 현재 전거래일보다 0.1% 떨어진 달러당 106.34엔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이날 장초반 전거래일보다 1.7% 하락한 달러당 106.14엔까지 떨어져 106엔선을 위협했다.

이는 2014년 10월 15일 장중 달러당 105.18엔을 기록한 이후 1년 6개월만에 최저치다.

연초 대비 엔화가치는 달러화 대비 13% 상승해 G10(주요10개국) 중 가장 많이 절상됐다.

엔화가치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지난달 29일 쇼와의 날로 하루 휴장후 이날 개장한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전거래일보다 3.11% 떨어진 16,147.38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이날 장초반 낙폭을 전거래일 대비 4.1%까지 확대해 15,975.47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했다.

닛케이지수가 16,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12일 이후 2주 만이다.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이나 유로/엔 환율이 1엔 하락하면 일본 자동차나 정밀 제조업체의 수익은 1%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엔고는 일본 기업 실적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일본의 제조업 경기는 3년여만에 최악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정보업체 마킷은 이날 일본의 4월 닛케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2로 전달의 49.1에 비해 크게 하락해 2013년 5월 이후 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PMI는 기준치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이에 못 미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엔화가치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엔화가 빠르게 절상돼 엔화가치가 달러당 90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은행 출신인 히로미치 시라카와 크레디트 스위스 일본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한 미국의 실질금리는 하락해 달러 약세를 불러올 것"이라며 "외환시장은 위험한 구간으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 보류 결정 이후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간한 환율보고서에서 일본을 환율조작 관찰국으로 지정하면서, G20(주요20개국) 합의대로 외환시장에 개입을 하지 말라고 재차 충고했다.

이에 대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우리의 환율에 대한 대응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엔고 가속화에 대해 "일방적으로 편향된 투기적 움직임이 보여 매우 우려하고 있고,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지 않도록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며 "(이에 대해) 필요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