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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마저 떠났다, 韓 성장률 3% 전망치 홀로 지키는 정부···전망치 수정 여부에 관심 집중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며 한국 정부는 외로운 길에 서게됐다.

올해 들어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에 이어 KDI까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2%대 중후반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정부의 3%대 전망이 수정될지 관심을 끈다.

KDI는 이날 발표한 한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그동안 국내 민간연구기관과 IMF, OCED, 한국 은행이 줄줄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2%대로 낮췄지만 정부와 KDI는 3% 전망을 유지해왔다.

KDI는 올해 내수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증가하겠지만 수출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2월 예측한 3.0%보다 0.4%p나 더 낮춰 잡은 것이다.

올해 들어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낮추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6일 한국 경제성장률을 작년 11월(3.1%)보다 0.4% 낮춘 2.7%로 전망했고 지난달 한국은행도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예측치(3.0%)보다 0.2%p 떨어진 2.8%로 수정했다.

한국금융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IMF 등은 올해 상반기 이미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2.8%로 줄줄이 낮춘 상태다.

이는 '경제성장률 3% 달성'을 고수하는 정부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달 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성장률과 고용률, 수출증가율 등 주요 지표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꼬리를 무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올해 중국, 자원수출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경기 둔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중국의 구조조정,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경기 급락 등 돌발변수 가능성도 산재해있어 국내 경기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조선·해운 분야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실업에 대한 우려도 짙게 깔린 점도 정부의 경제전망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성장률은 목표치의 성격도 있는 만큼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 수정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일단 하반기 경기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개선 등으로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경기가 개선되면 정부가 목표로 잡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3.1%를 낮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제 상황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틀 전인 1일 '하방 위험'을 언급하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필요가 있으면 조정하겠다"고 말한 것과 미묘한 입장 차이가 생긴 셈이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기관들이 국내 경제성장률을 낮춘 주된 이유로 지목한 수출부진이 이달 들어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내 경제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액은 248억 4천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월별 20일까지 수출액이 전년 같은 달 대비로 증가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수출액은 작년 1월부터 1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 중이다. 월간 수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기간이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는 정책 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3%대를 고수할 필요는 없으며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움직인다면 정책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정 여부에 대해 말할 단계는 아니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