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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은행 문턱에 울며 겨자먹기식 비은행권 찾아, 高금리에 가계 부담↑

정부의 대출심사(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강화되면서 가계빚 폭증세는 다소 주춤했지만 가계대출이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서의 가계 주택담보대출이 1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예금은행보다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파르다.

은행의 여신심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가계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을 많이 찾은 것으로 보인다.

급증한 부채는 결국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이면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 가계에 높아진 은행 문턱…울며 겨자먹기로 高금리 비은행권 찾아

올해 1분기 가계신용 통계의 특징은 비은행권 대출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증가액 20조6천억원 가운데 예금은행 대출은 5조6천억원(27.2%)에 불과하고 나머지 15조(72.8%)는 비은행권에서 빌린 금액이다.

가계가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상호저책은행, 보험, 카드 등 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돈이 은행의 2.7배 수준으로 많았다.

기관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살펴봐도 예금은행은 1.0%에 불과하지만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3.0%(7조6천억원)를 기록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증가액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4분기 이후 1분기 기준으로 2014년(3조2천억원)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치다.

상호금융이 3개월 동안 3조3천억원 늘었고 신용협동조합이 1조7천억원, 상호저축은행이 1조3천억원, 새마을금고가 1조3천억원 각각 늘었다.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대부업체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도 2.2%(7조4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주도한 작년 상황과는 정반대다.

작년 한 해 가계대출 증가액 112조9천억원 중 예금은행은 44조1천억원으로 39.1%를 기록했다.

올해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은행이 대출 심사를 강화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올 1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5로 2008년 4분기(-23)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정부는 올해 2월부터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수도권에서 실시했다.

결국, 은행에서 밀려난 가계가 저신용·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을 많이 찾았을 공산이 크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대출 수요가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가계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저축은행의 일반대출금리 평균은 11.56%로 예금은행 대출금리(3.50%)보다 3배를 훌쩍 넘고 상호금융사(3.96%), 신용협동조합(4.66%), 새마을금고(3.95%)도 은행보다 높았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올해도 크게 꺾이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가계부채는 1천223조7천억원으로 3개월 동안 20조6천억원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