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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무관한 것처럼 행동한 SK케미칼

SK케미칼이 애경과 연대해 가습기메이트 제품으로 인한 피해의 배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달 28일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인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같이 밝혔다.

신 의원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처음부터 가습기메이트의 원료물질인 CMIT·MIT의 흡입독성을 알고 있었고 이를 알면서도 제조·판매했다. SK케미칼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1년간 애경과 함께 약 230만개의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했다.

해당 제품은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와 환자를 발생시킨 제품이다.

지난 달 27일 가습기 특위 현장조사에서 SK케미칼은 가습기메이트의 흡입독성을 1994년부터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가습기메이트 원료 물질인 CMIT·MIT에 대해서는 미국 화학회사인 롬앤드하스(Rohm and Haas)가 호흡독성을 실험한 후 흡입하면 치명적일 수 있으니 증기를 절대 들이마시지 말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현장조사는 약 4시간에 걸쳐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에 대해 SK케미칼은 농도를 조절하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제조·판매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롬앤드하스 자료에 기반, CMIT·MIT 농도를 안전하게 조절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에 대해 특위는 "가습기는 하루 종일 켜 두는 경우도 있는데, 농도를 조절하면 괜찮다는 것은 안이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특위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SK케미칼에 연대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SK케미칼과 애경이 체결한 제조물 책임계약서에 가습기메이트 판매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는 100% SK케미칼이 진다고 명시 돼 있다"며 책임을 강조했다.

애경 가습기 피해자들은 사망자 54명을 포함해 모두 38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해당 제품 사용자의 피해를 인정하고 있는데 5년이 지나도록 사과하지 않은 것은 분명 잘못이다.

SK케미칼은 피해자에게도 사과하지 않는 등 이 사태와 전혀 무관한 것처럼 행동해왔다. 우원식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에 의하면 그가 SK케미칼에 2011년경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중단한 이유물 묻자, 영업적으로 이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우 위원장은 "유해성 조사결과가 나온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의 피해 때문이 아닌 영업이익이 없어 판매를 중단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안방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접수받은 바에 따르면 사망자가 239명, 심각한 폐질환 형태로 발현된 것이 1528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악의 화학 참사가 아닐 수 없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문제의 화학물질을 공급한 업체다. 가습기 살균제 책임으로부터 SK케미칼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