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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장기·고금리 회사채 남발에 골머리···이자, 원금의 8.3배

초장기 회사채인 '백년채' 때문에 한국전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20년 전에 발행한 100년 만기의 회사채 2억 달러어치를 재매입(조기상환)하기 위해 수년째 노력하고 있지만 헛수고에 그치고 있다.

한국전력이 만기 100년짜리인 이 회사채를 재매입하려는 이유는 이율이 연 8.37%로 발행돼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기 기준으로 따지면 이자가 원금의 8.3배에 달한다.

한국전력은 발행 당시 2억 달러를 빌리고서 매년 1,674만 달러의 이자를 사채권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나간 이자만 이미 3억3,000만 달러로 원금(2억 달러)의 1.7배에 이른다.

현재 원/달러 환율로 단순 계산하면 2,000억원을 빌려 지난 20년간 3,300억원가량을 이자로 지급한 상황이다.

재매입이 계속 불발되면 한국전력은 남은 80년간 1조원이 넘는 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

100년간의 총 이자액은 16억7,000만 달러로, 현재의 환율로 단순 계산하면 1조8,000억원이다.

만기에는 원금까지 상환하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전력은 2,000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하고 2096년까지 2조원가량을 분할해 갚는 셈이다.

한국전력은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에 들어간 외환위기 전인 1996년 4월 발전소 건설 등을 목적으로 이 회사채를 발행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당시 국내 채권시장이 활발하지 않았던 상황이어서 미국까지 건너가 회사채를 찍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발행한 회사채 중에 재무적으로 부담이 되는 채권은 백년채 외에 30년채도 있다.

1996년 12월 1억 달러, 1997년 2월 3억 달러, 같은 해 8월 2억 달러어치 등 1990년대에 3차례 발행했다. 2004년에도 3억 달러어치를 찍어냈다.

이들 30년채의 이자율은 연 5~7%다. 연 1%대인 현재의 조달금리에 비춰보면 엄청난 고금리다.

다만 30년채의 발행잔액은 일부 채권에 붙어 있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해 9억 달러에서 현재 6억7천만 달러로 준 상태다.

이들 채권 역시 이자액이 원금의 몇 배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큰 것'은 백년채와 마찬가지다.

한국전력은 2008년부터 백년채를 비롯한 장기채에 대해 여러 차례 조기 상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 채권의 대부분을 쥐고 있는 미국 자산가들과 보험사들이 웃돈에 해당하는 비싼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바람에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미국도 저금리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한국전력이 고금리로 발행한 장기채 보유자들이 되팔 이유가 없다"며 "한국전력으로선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