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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문제 물질, 화장품에도 사용···아기로션·샴푸 등에 포함

논란이 된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됐던 화학물질이 시중에 유통중인 화장품에도 사용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탈취제 같은 생활 화학제품에 이어 화장품까지 우려가 번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13가지 화장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이 지적한 제품들에 들어간 성분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다.

CMIT/MIT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살균 물질로 호흡기로 들어갔을 경우 폐 섬유화 등 인체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CMIT/MIT는 흡입 독성과 달리 피부 접촉으로 인한 독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식약처는 지난해 7월 개정한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해 이 성분을 '사용 후 씻어내는 제품에 0.0015%' 범위 안에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CMIT/MIT는 아직 샴푸와 클렌저 등에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머리에 뿌리거나 바르는 헤어 제품, 아기 로션 등 씻어내지 않는 다양한 화장품에 아직 CMIT/MIT가 포함돼 있으며 이런 제품이 여전히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권미혁 의원은 "식약처가 유해성분 함유 제품의 유통을 사실상 방치했다"며 "식약처 조사에서 확인된 유해성 등을 고려하면 이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의 유통을 금지하고 즉시 회수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CMIT/MIT 관련 규정을 정비한 지 1년이 된 시점이라 이미 이달 11일부터 화장품 업체들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전수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우선 이번에 공개된 13가지 제품 가운데 판매 중이던 제품을 모두 매대에서 철수했다.

일각에서는 관련 규정과 기준을 위반하는 일부 업체와,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하는 정부 당국의 안이한 태도 때문에 때문에 CMIT/MIT를 포함한 보존제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모든 화장품에 안전성이 완벽하게 검증된 천연 유래 성분만 넣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보존제에 대한 규정을 정비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화장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일단 수분이 있는 제품이라면 보존제를 안 넣을 수 없다"며 "보존제를 쓴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제품의 유통기한을 늘리려고 보존제를 과하게 쓰거나 규정에 어긋나는 성분을 쓰는 게 문제인만큼 정부가 이를 제대로 감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용품 업체 관계자는 "파라벤·페녹시에탄올 같은 보존제보다 살균력이 약해 안전성이 비교적 높다고 여겨지던 것이 CMIT/MIT"라며 "CMIT/MIT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것 또한 정부가 미리 규제를 강화하고 이를 벗어나는 제품을 단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