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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슈 실종된 더민주 전대…'文心' 둘러싼 공방만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표를 뽑는 8·27 전당대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5일 이번 전대 과정이 제1야당인 더민주호(號)의 미래 청사진을 보여주기보다는 계파 논리에 매몰된 채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권교체라는 과업을 안게 될 새 대표는 당을 하나로 모을 정책수립과 의제설정, 나아가 내년 대선에서의 전략과 비전을 두루 제시해야 할 자리다. 하지만 당권 주자들은 이른바 '문심'(文心.문재인 전 대표의 마음)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대가 계파 논리로 흐르는 모습을 보이고 '거물급' 부재라는 현실적인 한계가 겹치면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도를 풀어주지 못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치열한 당권 경쟁을 벌이는 김상곤·이종걸·추미애 후보는 지역별 대의원대회와 각종 토론회에서 대선을 책임질 더민주호의 선장으로서의 정책과 비전 제시보다는 당의 전통적인 기반인 호남의 적통 경쟁과 당의 유력 대권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의 심중을 끌어들이거나 비판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다 보니 엄존하는 당내 계파주의 청산을 위한 당의(黨意) 집결이나 정권교체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서로 치고받는 공방에만 머물렀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내 비주류임을 자처하는 이 후보는 "지금의 문재인으로는 힘들다. 지금은 '도문'(도로 문재인)이라는 비판 속에 제3지대 정치영역이 만들어진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친문(친문재인)·친노(친노무현) 등 범주류를 등에 업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추 두 후보를 연일 맹공하고 있다.

김 후보는 "한 일없고 큰 사고 친 5선 의원들"이라며 이·추 후보를 깎아내렸고, 특히 당내 주류의 표를 분점하는 것으로 분석된 추 후보에 대해서는 '호문'(문재인을 호가호위한다는 뜻)이라는 '낙인찍기'에 공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레이스에서 다소 앞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추 후보는 '호남의 맏며느리론'을 연일 주창하면서 '호문'·'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이라는 공격에 "이제부터는 '호민'(이래도 저래도 민주당)이라고 해달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이번 전대가 정책 대결보다는 비방전으로 흐르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전대 드라마'에 거물급이 출연하지 않은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전대로 구성될 새 지도부가 대선을 치른다는 점에서 대선에 마음이 가 있는 거물급이 출마하지 않은 데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다. 현 구도 속에서는 유력 대권후보로 꼽히는 문 전 대표 중심의 설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되던 송영길 후보자가 컷오프되는 이변이 발생하면서 한때 관심을 끌긴 했지만 거기까지가 다였다.

이런 복합적인 흥행요소 부재는 애초 이번 전대가 한계를 안고 있었다는 분석에 힘을 더한다.

물론 당권 주자들의 '문심'을 중심으로 한 공방은 이번 전대가 대의원, 특히 권리당원의 표심에 의해 좌우된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10만 당원'이란 세간의 표현처럼 이 중 상당수가 친문 세력이라는 분석과도 맞물려 있다.

결국, 더민주 전대는 크게는 친문과 친노로 대변되는 범주류와 비주류 간의 세 대결의 장이 될 공산이 커졌고, 그 결과에 따라 향후 대권후보 경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