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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고민에 빠진 이주열 한은 총재, 집행부·실무진 모아 경제 현안 긴급회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0일 집행부와 실무자를 모아 국내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열 총재를 비롯한 이들이 해당 회의에서 국내외 경제이슈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통화정책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공개로 열린 이 회의에서 이 총재를 비롯한 임원들과 통화정책국, 금융시장국, 금융안정국 등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에 관계된 간부 및 실무자들이 참석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한은 집행부 뿐만 아니라 실무자급까지 참석하는 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한은 내부의 평가다. 회의에서는 가계부채에 대한 진단과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등 경제 전반에 대한 폭넓은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24일 "지난주 열린 회의는 가계부채 문제와 경제 성장을 포함해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큰 그림에 대한 속 깊은 토론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이주열 총재가 그만큼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과 한은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는 한은의 금리인하 등 저금리정책이 경기회복보다는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으로 연결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신규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7의 단종 사태라는 예상치 못했던 악재,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체 노조의 장기파업,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그러나 한은은 여전히 올해 한국이 2.7%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데 따른 우려는 여전하다. 한은 역시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4개월 연속 통화정책방향에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가시화된 가운데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졌지만 내년으로 시계를 확장했을 때 여전히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하될 수 있다고 채권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쏟아내면서 부동산 투자심리가 위축된데다 최근 금융권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통위에서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안정 불안 가능성에 주목했던 만큼 가계부채 우려가 줄어들면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하반기 경기부진이 올해 성장률에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올해가 두 달 남은데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적다"며 "부동산대책이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연결되면서 사실상 가계부채의 총량과 질적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으로, 내년 상반기 중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