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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막힌 정국에 협상 물꼬터준 교황

베네수엘라 정국이 저유가로 인한 경제위기와 야권의 정국장악 시도로 정치ㆍ사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프란체스코 교황이 베네수엘라 정국의 변수로 떠오르며 그를 통한 갈등 중재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석유 생산량 감축을 지원하기 위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순방길에 교황청을 깜짝 방문했다. 교황청을 방문한 마두로 대통령은 프란체스코 교황을 사적 만남이라는 전제 하에 접견했다.

예정에도 없는 마두로 대통령의 교황 접견은 충선에서 압승한 베네수엘라 우파야권의 좌파 대통령 국민소환 투표가 올해 실시가 어려워지자 여야 간 정치적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전적으로 이뤄졌다.

정치적 위기에 처해진 마두로 대통령에게 교황은 중재카드로 지원했다. 베네수엘라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당이 교황청과 남미연합의 후원하에 마르가리타 섬에서 10월 30일 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교황은 마두로에게 “국민들, 특히 빈곤층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야당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라”고 말했다고 교황청은 밝혔다.

이번 회동 결정으로 야당은 2019년 임기만료 이전에 마두로를 평화롭게 축출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인 국민투표 실시 과정을 멈춰야 한다.

야권 지도자 헤수스 토레알바는 "대화에 참석해 교황의 대리인과 정부 대표들에게 소환투표 후속 절차를 긴급히 복원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대화 참여 방침은 2번이나 대선에 출마했던 야권 지도자 엔리케 카프릴레스가 곤경에 처한 정부에 이용당하는 것이라며 대화 불참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그러면서 마두로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법정 최고임금을 40% 올리는 포고령을 발표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야권이 정부를 상대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생필품난과 국민소환 투표 절차 중단 등으로 화가 난 야권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성사되면 올해 들어 네 번째다.

앞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가파른 물가상승을 고려해 지난 9월 최저임금을 50% 인상하고, 1인당 식품구매권 할당 물량도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