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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 입성에 고개드는 미중 무역전쟁···첫 타겟은 위완화 환율 될까

이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백악관에 입성한 가운데 트럼프가 대선 후보부터 언급해온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어떤식으로 벌어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그간 취임 직후 곧바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발언들을 잇따라 내놓은 전력이 있는 만큼 첫 타겟은 위완화 환율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동원할 수단들의 효과는 모두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해온 가운데 트럼프는 중국을 상대로 잇따라 충격적인 발언들을 쏟아 낸 바 있다.

대선을 앞두고 첫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이 열린 지난 9월 27일 트럼프는 "중국이 통화를 절하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미국 당국의 대처가 없다"면서 "중국이 미국을 돼지저금통처럼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비합리적"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 5월에도 인디애나 포트웨인에서 가진 유세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를 빗대며 "미국는 중국이 계속해서 미국을 강간하고 있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지속적으로 환율 조작을 통해서 세계 경제에서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 무역을 죽이고(kill) 있다"고 비판을 쏟아 낸 바 있다.

이 밖에도 중국제품에 45%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는 등 그간 트럼프는 중국을 상대로 극심한 대립의 태도를 보여왔다.

한편 대미 무역에서 수입보다 수출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에 대해 보복 기회가 미국보다 더 제한적 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과 수입의 비율은 4대 1 정도다.

다만 중국이 보복에 나선다면 미국의 보잉사와 자동차회사, 농민과 같은 몇몇 민감한 목표물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수단을 택할 경우 아이폰, 자동차 부품과 같은 다양한 품목의 공급망을 마비시키는 방법도 있다.

중국은 6년 전 희토류에 대한 수출규제를 하며 세계 제조업체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강력한 효과 이면에 글로벌 제조업계의 신뢰추락이라는 부작용도 상당하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이미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국내 기업에 통신장비를 발주하는가 하면 중국 국유기업들이 투자은행에 주는 일감을 월스트리트의 미국 은행이 아니라 중국 토종은행에 제공하고 있어, 무역전쟁에 대한 미국 기업의 반발은 예전보다는 덜할지 모른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미국 농민이 중국의 보복에 얼마나 타격을 받을지도 불확실하다. 미국 농민들은 중국이 아니더라도 세계 시장에 닭고기와 대두, 옥수수 등을 얼마든지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상대적으로 수단은 많지만, 그 역시 한계를 가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근무했던 마이클 개드보 조지타운 대학 교수는 1974년에 제정된 대외무역법에 따라 트럼프가 무역에 개입할 많은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실제로 이를 실행할 권한은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무역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수입 제품 전품목에 15% 이하의 수입관세를 매길 권한이 있고 국가 비상사태가 선언되지 않는 한 적용 기간도 최장 150일간으로 국한돼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품목들을 골라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방향을 취할지 모른다. 하지만 종전에 미국이 중국에 가한 수입제한 조치가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산 타이어에 최고 35%의 수입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측도 미국산 닭고기와 자동차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며 맞섰다.

그 영향으로 미국산 타이어의 생산이 늘어났지만 다른 국가에서 생산한 타이어의 수입이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겼다. 오바마 정부는 그 뒤로는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가 취할 실제 정책들이 그가 후보 시절에 말한 것과 일치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그러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은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다른 정책 공약보다 더 명확하게 약속했던 사안인 만큼 그가 처음으로 꺼내들 카드가 될 수 있다고 10일 내다봤다.

환율조작국 지정 자체는 무역전쟁의 수단으로서 실질적인 효과가 거의 없지만 다른 수단과 묶이면 고율의 관세를 정당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측의 양보조치를 얻어내기 위한 폭넓은 전략의 하나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검토할 수 있다. 그가 뜻을 관철하려고 결심한다면 내년 4월 재무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담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