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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관료들의 슬픔과 고통

한국의 관료들은 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성장기 동안 발전의 견인차요 사회안정의 담보자로 자리하여 왔다. 부분적으로 권위주의의 병폐와 권력 독점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바는 아니었지만 대부분은 국가발전과 사회안정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일하였고, 이들에 대한 국민들에 의한 신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터지고, 세종시로 행정기관이 옮겨 가면서 오늘날 이런 분위기는 비판적이거나 자조적 분위기로 점점 변화되어 가고 있다. 최게이트의 수사과정에서 성실한 사법, 행정기관 엘리트 관료들의 고통과 슬픔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게 되었다. 대통령과 그의 비선측근에게 줄을 단 사람은 승승장구하고, 성실하게 직무에 충실했던 사람들은 추풍낙엽처럼 낙마하고 말았다. 청와대의 민정수석, 경호실의 경찰관, 친인척관리를 맡았던 특별감찰관, 그들은 주어진 책무에 충실하다가 공식적 비공시적 권력자에 미운털이 박혀 자리를 쫓겨나거나 화병으로 암에 걸려 운명을 달리하기 까지 하였다. 문화체육부의 국장과 과장 또한 눈치 없이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다가 유력한 비선실세와 최고 권력자의 눈에 나서 억울하게 직업공무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도대체 누가, 어떤 집단이 웃지 못할 이런 비극을 연출하였는가?

세종시 정부기관에 출근하는 공무원들은 하루하루 또는 일주일 단위로 출근의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넉넉지 않은 보수에 이중살림의 압박에 움츠려들고 있다.이들에게 성장기 시대 관료들의 자부심을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서울에 출장을 자주 와야 하는 고위공무원들과 장차관들은 적지 않은 출장비와 길거리에서 허비하는 시간 때문에 행정의 효율성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세종시 탄생으로 사실상의 수도분할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전대통령이 이런 위험성을 우려하여 행정기관이전 대신 경제, 과학도시로 변경하자는 정책제안을 하였을 때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기를 쓰고 반대하여 귀결된 결과이다. 대통령이 제의한 정책에 대하여 한 정치인이 이른바 자기정치를 함으로써 초래된 현상이라고 많은 국민들에 의하여 판단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하여 이런 정책이 선택되었고, 누구에게 엄청난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가? 그리고 오늘날 수많은 행정관료들의 어깨를 이토록 움츠려들게 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들에게 희망과 자긍심 보다는 자조적 분위기를 만연케 한 자는 그 누구인가?

이왕 문제가 터져서 국정이 대혼란에 빠진 지금 이제는 모두가 차분히 원인을 분석하여 이를 재정리하고 해결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 보다 우선 많은 국민들의 삶터에 회복하기 어려운 비극을 연출한 자들은 뼈아프게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여야 한다. 그것이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 나라에 선거패착과 정책의 실수로 전근대적 비극이 다시 재연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