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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퇴진문제, 국회의 판단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국민들이 참여한 수차례의 퇴진요구에도 버티기를 계속하던 박대통령이 드디어 임기중 퇴진의 의사를 표명하였다. 국회에서 여야가 협의하여 퇴진방법과 일정을 결정하면 그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이는 2차 사과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던 그동안의 자세에서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며, 최순실국정농단사건에 따른 국정혼란에 어느 정도 책임을 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명쾌하게 언제 대통령직을 어떻게 물러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구체적 내용을 국회에 일임한 것을 두고,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어서는 여야 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조치’로 해석하고 정진석원내대표도 긍정적 결단으로 야당은 탄핵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거취를 국회에 맡긴 것은 책임 떠넘기기로 보고 있고, 박지원 국민의 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통령의 운명을 국회결정에 미룬 것은 꼼수정치요 무서운 함정이 숨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여야 간의 인식차이는 여당에서는 협의를 거쳐 이 문제가 순조롭게 풀릴 수 있다고 보는 반면에 야당에서는 지금까지의 새누리당 행태로 볼 때 대통령퇴진에 관한 문제가 여야 간에 쉽게 합의를 보지 못할 것으로 보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야당에서는 박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 있어서 박대통령의 사과와 제의를 수용하는 데 있어서 매우 부정적이다. 박대통령이 스스로 사임하지 않고, 퇴진문제를 국회결정에 미룬 것은 탄핵을 피하기 위한 책략이고, 시간벌기를 위한 꼼수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여야 간에 협상이나 협의를 해온 전례를 보면 이번 대통령퇴진 및 그에 따른 관련문제에 대하여 여야 간에 쉽사리 협의나 협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국무총리 어떻게 선출하고 과도내각을 어떻게 구성할지, 대통령의 퇴임일자를 언제로 할지, 다음 대통령 선거일정을 어떻게 잡을지 등 어려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음대선을 두고 여야 간에 주장하는 바가 다를 것이고, 언제나 그랬듯이 당리당략이 국익이나 국가발전을 앞설 가능성이 적지 아니하다. 여야 간에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대통령 퇴진이 미루어지면 국민의 분노는 국회로 전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이 문제를 모른 채 하고 탄핵이라는 사법적 절차에만 의존하기에는 국가 안정과 실현가능성이라는 기준에서 긍정적 답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 대안으로 새누리당 비박의원들은 12월 9일 까지 퇴임에 관한 협의를 하고 만약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탄핵절차에 들어가자고 제의하였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탄핵이라는 사법적 절차의 강행과 국회에서의 기한부 협의, 탄핵중단이후 여야 협의 세 가지이다.

만약 정치적 협의에 의하여 퇴진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국회가 빠른 속도로 과도내각을 구성해야한다. 그러면 탄핵중단 이후 여야협의를 하자는 새누리당의 제의는 불합리하다. 탄핵절차를 그대로 진행하든지 아니면 기한부 협의 후 탄핵을 하던지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선택의 기준은 빠르고 순조로운 정권교체, 정치적 실현가능성, 촛불에 드러난 국민들의 여망 등이다. 박대통령의 무능과 위법행위에 분노를 느끼는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의 능력과 정직성에 대한 신뢰도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제 국민들은 박대통령 퇴진문제를 국회에서 얼마나 합리적이고 공명정대하게 처리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