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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대통령의 불효

효의 근본은 자식이 두 가지 방향으로 행동하는데 있다. 적극적으로는 도덕적으로 좋은 일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입신양명을 통하여 부모를 기쁘게 하는 것이며, 소극적으로는 명예를 훼손하거나 가문에 욕이 되는 일을 하지 않아 부모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대통령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통하여 국기를 문란케 하고, 공공정책의 관리를 잘 못하여 국가경제를 어렵게 하고 사회갈등을 조장함으로써 탄핵의 위기에 놓여있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큰 문제이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돌아가신 부모님께 큰 불효를 저지른 결과를 초래하였다.

지난 29일 옥천에서는 육영수여수의 탄생을 기리는 숭모제가 개최되었다. 지금까지 추모제는 별 탈 없이 잘 개최되었다. 그러나 어제 행사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 이 행사를 추진하려는 주최 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가 몸싸움을 벌이고 고성과 상호비난전이 벌어지면서 30분 남짓 행사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엄숙한 추모행사의 뜻을 전혀 지니지는 못하게 되어 버렸다. 박대통령은 저승에 가서 인자하고 배려심이 많은 국모로 평가받았던 어머니에게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겠는가.

박정희 대통령은 부분적 독재의 비난이 없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를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한 통치자로서 국내외에서 그의 뛰어난 리더십을 평가받고 있다.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새마을 운동을 통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을 그의 집권기간 동안 수출주도형의 공업국으로 발전시켜 고속성장을 가능케 하고, 20세기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한 나라로 평가받게 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정치학자들의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평가에서 오랫동안 수위를 유지하여 왔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가. 경제, 사회, 외교정책에서의 실패와 부정적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국정질서를 문란케 하고, 측근 부패가 곳곳에 뿌리를 내리도록 하고, 대입현장에서는 편법이 판을 치도록 하여 국민들의 분노와 원성이 하늘을 찌르도록 하였다. 아버지의 후광과 음덕으로 대통령이 되어 정치를 신통케 하여 부친의 공적을 크게 훼손하고 말았으니 저승에 가면 어떻게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있겠는가.

세상만사가 복잡하기 짝이 없는 오늘날 평범한 일반시민이 불효를 하지 않기는 어렵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자가 불효를 저지르지 않는 것은 더욱 어렵다. 국가의 대권을 향유하는 대통령은 물론이고 공권력을 지닌 모든 공직자들이 가슴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