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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경유착의 고리 끊기, 특검에 기대한다

어제는 우리나라 대표적 재벌기업총수들이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청문회에 참석하였다.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진풍경이다. 재벌의 총수들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에 대하여 하나같이 사업특혜나 대가성있는 기부에 대하여는 부인하였다. 그러나 박대통령이 안가로 불러 문화융성과 스포츠산업 진흥을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해 달라고 한 사실이 있음을 생생하게 증언하였다. 박대통령이 기금의 모금과정에 부적절한 장소에서 부적절한 방법으로 사실상 강제성이 내포된 당부를 하였고, 총수들은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이 거의 공통된 대답이었다.

대통령은 비선라인이 주도한 사설재단에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한 것이 선의였다고 우기지만 이는 권위주의시대에서나 있을법한 구시대적 행태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막강한 공권력을 배경으로 은밀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전달이 거대한 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총수들에게는 적지 않은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미 40여 년 전에 이와 비슷한 배경아래 유사한 사설단체에 대기업의 자금지원을 수령한 경험이 있는 대통령은 대통령 자신이 부탁하면 대기업총수들이 이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와 유사한 모금은 1988년 전두환정부의 일해재단설립때도 존재하였다. 598억원을 모은 당시의 모금책임자 장세동은 5공청문회에서 “강제모금은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 모금의 자발성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은 “정부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고 모든 것이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 시류에 따라 돈을 냈다”고 진술했다.

이런 방식의 공권력을 배경으로 하는 기금 모금은 결국 “정부의 불리한 조치가 두려워서 어쩔 수 없이 내는 것”이거나 직접 또는 간접의 혜택을 기대하고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상식적으로 다 알 고 있다. 28년 만에 이루어진 재벌총수들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만약 이런 사실이 시인되면 제3자 뇌물죄를 뒤집어써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경경유착은 정부가 경제발전을 주도하고, 공권력이 기업의 생사여탈을 가름할 수 있는 특이한 권력체제를 배경으로 싻 터 왔고, 역대 모든 정부에서 이는 음지의 곰팡이처럼 끈질기게 그 생명력을 유지하여 왔다. 이는 권력만능사상을 지닌 통치엘리트의 존재와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허술한 구석을 내포하고 있는 기업경영문화의 왜곡된 결합에 의하여 좀처럼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도 그런 현상은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청문회 출석대상자가 갖가지 구실을 붙여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고 버티는 수사권이 없는 국회의 청문회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찾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아니하다. 과거의 청문회경험을 통하여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정경유착의 진상을 파악하고 그 고리를 찾아내는 것은 특검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전경련이 심부름을 맡은 이번 부정부패의 경위를 특검은 최선을 다해 조사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런 특검의 역사적 사명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차가운 겨울밤에 촛불로 뜨거운 분노를 표시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이제 특검의 성공적 수사에 오로지 한국정치와 기업경영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간절한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