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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들 "黃권한대행, 국정공백 막기위한 인사·정책은 가능"

황 권한대행, '대통령 권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못하나
"과도한 행사는 논란…스스로 자제해야"…학설은 '잠정적 현상유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마치 대통령처럼 정무직 장관을 교체할 권한이 있을까. 백악관 입성을 눈앞에 둔 도널드 트럼프와 정상회담은 가능할까. 안보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은 과연 그가 할 일일까 차기 대통령의 몫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정지와 함께 출범한 '황 권한대행' 체제가 정치와 민생 현장에서 크고 작은 변수를 마주하고 있다.

실제로 황 권한대행이 12일 '유일호 경제팀'을 유임하기로 하면서 "대통령이 된 것처럼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야당의 비판에 직면했다. 외교부는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고유 권한인 대사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모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직무를 그대로 수행해도 되는지를 둘러싼 문제다.

이에 대해 헌법학자들은 13일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사·정책 등 상당 부분에 대한 권한 행사는 가능하지만, 전반적인 국정 기조를 바꾸는 것은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즉, '차선 변경을 할 수는 있지만, 좌회전·우회전은 어렵다'는 것이다.

헌법학계의 원로이자 권위자인 허 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황 권한대행이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사안은 대부분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사권의 경우도 기존 사람을 경질하고 교체하는 것은 안되지만, 빈자리를 메워 넣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지난달 말 물러난 임윤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자리에 대해 "황 직무대행이 직무상 청와대의 조력을 받는 만큼 임명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외교사절 임명 역시 가능하지만, 정상외교의 경우 상대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불분명하다며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 역시 "정상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 채워 넣는 인사라면 이를 헌법이 권한대행에게 허용하는 '현상유지'가 아니라 볼 필요는 없다"며 "임기 만료로 빠져나가는 사람을 채우지 않는 것은 국정 공백 최소화라는 권한대행의 역할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다만 황 권한대행이 사드 배치나 한일군사정보협정처럼 중요한 외교·안보·경제 정책 등을 기존 노선에서 변화시키는 것은 권한대행의 역할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염병 창궐, 북한의 도발, 경제 위기 등 긴급 상황이 아니라면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은 그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법리상은 권한대행이 거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렇지만 정치적 도의 등을 고려하면 황 권한대행이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의 운명이 걸린 상황처럼 불가피한 경우 인사를 하거나 정책을 바꿔야겠지만, 국민적 합의가 없는 한 스스로 회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황 권한대행이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 대통령인 것처럼 국정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헌법학계의 다수설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는 '잠정적인 현상유지'라는 쪽이다. 권한대행은 임시적인 대리의 성질을 가지므로 중요 정책의 전환, 인사이동과 같이 현상유지를 크게 벗어나는 직무는 대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반드시 현상유지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 성질상 잠정적인 현상유지가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