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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금슬금' 대출금리 올리는 '얌체' 은행 잡기 나선 금융당국···가산금리 마음대로 못올린다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1,300조원을 돌파하는 등 가계대출 급증세가 꺽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25% 수준으로 사상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슬금슬금 대출금리를 올리는 '얌체' 행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조치에 나섰다.

13일 금융감독원은 금감원과 은행연합회,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을 정비해 불합리한 금리 관행을 손질하는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이 정한 세부항목 기준이 모호해 은행마다 가산금리 운용에 차이가 크다고 보고, 산정기준을 더 명확히 규정할 방침이다. 은행들의 자의적 금리 인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 인하한 이후 연 1.25% 수준으로 계속해서 동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하고 은행들은 계속해서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금리를 높여왔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금리인하가 이뤄진 바로 다음달인 7월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2.66%로 내려앉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며 3%에 다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월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우리은행이 3.17%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가운데 신한은행(2.94%), KB국민은행(2.9%), NH농협은행(2.82%)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대출 금리 상승의 배경엔 가산금리 급등이 자리잡고 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표금리(기준금리)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를 합쳐 산정된다.

기준금리는 금융채와 코픽스에 연동되기 때문에 은행들의 재량권이 거의 없지만 가산금리는 은행별로 목표이익률, 업무원가, 위험 프리미엄 등을 반영해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량이 크다.

우리은행은 9월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 1.7%로 7월 대비 0.27%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그 밖에 기업은행(0.26%), 신한은행(0.18%) 등도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이지면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틈을 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며 실적을 높이는 것을 두고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대출금리 산정체계가 적정한 지에 대해 점검을 이어왔다.

금감원 점검 결과 일부 은행들은 총자산이익률(ROA)이 0.3∼0.4%를 오가는 상황에서 목표이익률을 2%대로 높게 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목표이익률을 높일 경우 대출금리도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래 5천원짜리 물건에 1만원짜리 가격표를 붙여둔 뒤 소비자들에게 5천원에 할인 판매하겠다고 광고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은행들은 가산금리 산정체계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반영되는 것이 바로 가산금리"라며 "대기업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는 가산금리가 당연히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