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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학입시제도 유감

우리나라 대학입시제도는 매우 복잡하다. 크게는 정시와 수시로 구분되지만 수시입학제도는 웬만한 수험생도 알기 어려울 만큼 난해하다. 여러 가지 방법에 의하여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 갈수 있게 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수시입학제도이다. 수시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부 성적이다. 수기의 85.2%가 학생부 위주로 전형을 하고 있다. 이런 수입시생의 비율은 해마다 높아져 내년인 1977년에는 무려 70.5%가 수시로 학생을 뽑는다.

수시비율이 자꾸만 높아지는 이유의 하나는 각 대학이 빨리 신입생을 확보하려는 속셈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수시중심의 대학입시제도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이제 현재의 입시제도와 대학들의 입시경향을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학교생활을 충실하게 하고 다양한 입학방법을 통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분명히 장점은 있다. 특히 사교육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방법은 학생부 반영비율을 높이는 이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시입시제도는 정시입학에 비하여 공정성이 저하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학교마다 학생들의 수준은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그 중에서도 도시와 농어촌학교의 평균수준은 엄창난 차이가 존재한다. 특목고, 과학고 등과 일반고 등의 수준도 적지 않은 실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획일적 기준에 의한 학생부의 평가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과연 정의의 기준에 적합한 것일까? 능력과 실력에 따라 각대학에 지원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대학입시의 기본정신이 되어야 한다. 다양한 입학방법이 존재하고 선발기준이 애매할 때 입시부정과 특혜입학 등이 싻뜰 수 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양의 이대입학도 그런 허점을 뚫고 이루어진 부정입학이라고 할 수 있다.l

나라를 흔든 이번 입시부정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제도를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1차와 2차시험으로 나누어 일제히 대학이 중심이 되어 입학시험을 치루는 방식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할지라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험을 기본으로 하고 지금과 같은 수시의 다양한 방법에 의한 입시는 극히 보완적 방법으로 활용하는데 그치는 것이 합리적이 아닐까. 교육부관계자와 대학 및 고교선생님들이 깊이 있는 토의를 통하여 혁신적 대입제도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