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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병우관련사건진상규명 청문회보다 특검에 기대한다

어제 개최된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질문과 우병우 전청와대 민정수석의 답변을 들은 국민들은 분노와 실망을 금치 못하였다. 우병우 전 수석은 박대통령과 최순실 등이 탈법 및 불법행위를 하는 과정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할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국회의 청문회에서 어느 정도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많은 국민들이 청문회진행상황을 주의 깊게 시청하였다.

그러나 이런 국민의 기대는 허망하게 무너져 버렸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우병우의 철저한 자기방어논리가 답변의 전 과정을 무장하고 있는 것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의원들의 질문내용과 질문방식이 치밀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우병우 전 수석은 크고 작은 사건을 오랫동안 수사해온 베테랑 검사출신이다. 그래서 범죄의 구성요건이나 형량의 경중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이 수사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훤하게 알고 있다. 그러므로 스스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주에 머무를 수 있도록 적절한 용어를 찾아서 답변을 이어 나갔다. 그런 맥락에서 그가 민정비서관 또는 민정수석으로 근무한 2014년 5월부터 2016년 10월 30일 까지 최순실과 관련된 각종 행위들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최순실의 존재자체도 몰랐다고 답변하고 있다. 당연히 롯데돈 70억원의 수사 전 반환사건,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사건의 왜곡처리과정 등도 모른다고 하였다.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의 동향을 파악하여 그들의 불법행위를 발견하여 처리하고, 예방하는 것을 주요책무로 하는 민정수석이 이런 답변을 할 때, 국민들은 분노와 개탄을 금치못하였던 것이다. 우 수석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무능하고 직무태만을 한것인지 두 개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 더욱 우리국민들을 의아스럽게 한 것은 여러 증인들이 우병우 전수석의 장모인 김장자씨와 최순실씨가 김씨의 기흥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고 하는데, 우병우 전 수석은 “내가 장모한테 여쭈어 봤는데 골프를 친적도 없고, 최순실 자체도 모른다고 하더라”며 천연덕스럽게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우 전수석이 이렇게 발뺌을 하는 해명성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데는 청문회 참석의원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청문회 질문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사건의 진실여부를 밝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증인의 사고와 인식을 확인하는 것이다. 사건의 진실성을 규명하자면 명백한 증거를 토대로 해야 한다. 신문이나 매스컴에 보도된 것 이외에 철저한 조사로 증인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증거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 국회는 미국 등 선진국의회보다 이런 노력이 뒤떨어진다. 인식에 관한 질문은 민정수석으로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여 최순실 국정농단이 벌어졌다는 데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자신이 사전 조사를 통하여 이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하여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단순한 실책처럼 보이는 이런 답변은 위법 부당행위를 밝히고 범죄행위를 단죄하는 데는 거의 의미가 없다.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청문회를 통하여 이번 국정농단사건의 실체를 좀 더 자세하게 파헤치고자 한 시도는 실패하였다. 청문회의 제도적 한계와 증인의 노련한 행태를 극복할 수 없다면 결국 우병우사건에 관한 진상규명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특검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특검만이 우리 국민들이 기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다.